어릴 적 아버지가 사다주시던 추억의 옛날통닭이 올 여름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최근 일부 재래시장 골목 내 통닭거리가 인파로 북적대는가 하면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옛날통닭을 잇따라 신메뉴로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외식업계 복고 열풍과 더불어 기존 치킨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통닭 가격 등이 그같은 인기 상승에 한몫 하고 있다.
옛날통닭은 생닭을 조각 내 튀기는 요즘 치킨과 달리 생닭 한마리를 기름에 통째로 튀겨내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기존 치킨보다 맛이 담백할 뿐 아니라 밀가루 반죽 피도 적게 입혀 닭 껍질과 속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10호(1㎏)짜리 닭을 사용하는 일반 치킨과 달리 통닭은 통째로 튀겨야 하기 때문에 8호(850g) 크기 작은 생닭을 주로 사용하므로 가격도 저렴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제너시스BBQ가 지난달 23일 내놓은 ‘옛날통닭’ 메뉴는 출시 2주만에 8만5000여 마리가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6000마리 이상 팔려나간 셈이다. 올 상반기 BBQ가 내놓은 신제품 가운데 반응이 가장 좋다.
BBQ는 올해 1월부터 진한 치즈 맛의 ‘치즐링’, 꿀과 마늘 간장 소스를 섞은 ‘허니갈릭스’, 블루베리를 넣은 ‘베리링’, 과일향 ‘시크릿 양념치킨’ 등 신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옛날통닭이 나오기 전인 6월초까지만 해도 치즐링과 허니갈릭스가 BBQ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두 메뉴는 출시 2주만에 각각 4만5000마리가량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6월 말에 나온 옛날통닭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첫 출시 2주간 매출은 치즐링이나 허니갈릭스보다 80% 가량 더 많다.
BBQ는 지난 1년간 꾸준한 연구를 거쳐 일반 치킨과 차별화된 제품을 계속 내놓고 있다. 올리브유를 사용해 좀 더 낮은 온도에서 오래 튀겨낸 데다 통닭에 입힌 밀가루 반죽에도 신경 써 맛을 고급화했다. 주상집 BBQ 부사장(세계식문화과학기술원장)은 “올리브유로 튀기면 튀김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닭 껍질이 잘 터지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일반 치킨보다 두배 이상 바삭한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특히 BBQ 옛날통닭은 자체적으로 만든 통닭 전용 밀가루 반죽을 얇게 입혀 기름에 한 번 튀겨낸 뒤 바베큐 소스를 발라 오븐에 다시 굽는 과정을 거쳤다. 반죽에 밀가루를 비롯한 다양한 성분을 투입해 더욱 얇은 튀김옷을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다른 통닭과 달리 껍질과 튀김옷이 거의 분리되지 않는 특징도 있다. BBQ 관계자는 “옛날통닭 매출 급증에 BBQ 가맹점 창업 문의도 최근들어 부쩍 늘고 있다”고 밝혔다.
부대찌개·보쌈으로 유명한 외식업체 놀부는 아예 옛날통닭만 전문으로 파는 새 매장을 지난 5월 서울 강동구와 6월 대구에 각각 개설했다. 재래시장 방식 그대로 가마솥에서 통닭을 직접 튀겨내는 게 특징이다. 놀부옛날통닭 관계자는 “가마솥을 사용하면 열전도율이 고르기 때문에 각 부위가 골고루 익게 되고 육즙도 최대한 보존된다”고 말했다.
창업 3년째인 또봉이통닭도 최근 옛날통닭 열풍에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매장은 통닭 특유의 퍽퍽한 가슴살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생후 40일 이내 닭만 사용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건 또봉이통닭은 3년만에 450개 매장을 돌파했다.
통닭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지난해 말부터 제과업계와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복고 열풍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 수원의 옛날통닭 골목의 경우 저녁시간대를 중심으로 최근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 불황 탓에 기존 치킨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통닭이 주목 받고 있다. BBQ 옛날통닭 가격은 마리당 1만4900원으로 다른 메뉴(1만7000~9000원대)보다 10~15%가량 더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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