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최후 보루였던 수출마저 6개월째 하락세를 거듭하자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116조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수출대책을 9일 내놨다. 기업들이 91조원을 들여 설비투자를 강화해 산업경쟁력을 키운다는 게 골자다. 국회도 이날 공급과잉 업종 기업들의 사업재편을 돕는 ‘원샷법’을 발의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당정이 드라이브를 건 산업재편과 설비투자로 ‘수출 코리아’의 든든한 뒷심이던 제조업 경쟁력이 한 단계 높아질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목을 집중시켰던 정부의 수출대책은 기존 대책들을 확대한 수준인 데다 신규 투자계획도 변경 가능성이 남아 있어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을 이날 대표발의했다. 정부가 추진해 온 원샷법 제정을 위해 국회가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원샵법 제정안에는 과잉공급 업종에 속한 기업이 사업재편계획을 정부에 신청하면 민관합동 심의위원회 심의와 주무부처 승인과정을 거쳐 해당 기업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은 “절차를 간소화하고 관련규제를 완화해 사업재편을 촉진하면 자발적인 사업재편과 혁신이 촉진돼 기업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샷법을 통해 사업재편에 시동을 건 기업에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이뤄진다.
소규모 합병 요건을 완화하고 주주총회 소집기간도 단축하는 등 재편 절차가 간소화된다. 또 현재 지주회사들은 자회사 주식 40%를 보유해야 하지만 일정요건 하에서는 유예기간을 2년 둬 왔다. 제정안은 이 유예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3년 후부터 ‘40% 룰’을 지키도록 했다. 8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할 세법개정안에는 원샷법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근거 규정도 마련키로 했다.
원샷법 제정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높이려는 국회 차원 움직임과 함께, 이날 열린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정부는 수출 경쟁력을 키우려는 대책도 발표했다. 56개 기업들이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는 데 91조원을 투자한다. 또 무역금융 규모를 올해 초 계획보다 약 16조원 늘려 수출을 측면에서 지원하고, 차세대 유망품목을 육성하고자 6조8000억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키로 했다.
문동민 산업부 산업정책과장은 “56개 기업이 69개 프로젝트를 진행해 91조원을 공장 신·증설에 투자할 것”이라며 “일부 프로젝트는 해당 기업이 7~8월 중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하는 유턴기업에 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핵심기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에 관세를 추가로 감면하는 등의 대책을 함께 선보였다. 차세대 유망품목으로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리튬이차전지, 친환경선박, 셰일가스용 강관 등을 선정했다.
다만 기업들의 91조원의 설비투자 계획이 과연 실제 시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012년 30대 그룹은 151조원의 투자계획을 산업부에 제출했지만 연말 실적은 138조원에 그쳤고, 2013년 149조원의 투자계획이 이행됐는지는
또 91조원에는 지난 2월 주요기업 투자간담회에서 기업들이 신규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던 34조4000억원도 포함돼 있어 ‘숫자 부풀리기’란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동철 기자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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