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서 쌀이 밀려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쌀소비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 매출순위에서 쌀이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식빵·베이글 등 빵류는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해 한국인의 밥상이 급속히 서구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22일 이마트가 지난 7년간 연도별 상품매출 실적을 분석한 결과, 2008년 매출 1위였던 쌀은 올들어 지난 20일까지 누적매출집계에서 7년만에 아예 10위권밖으로 밀려났다. 쌀 매출은 지난해 13.2% 감소했고, 올해도 12.5%나 매출이 줄었다. 소비자들의 식습관이 서구식으로 변화함에 따라 쌀소비량이 급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도너츠 식빵 베이글 카스테라 등 빵류는 올해 처음으로 매출 10위권에 진입했다. 주로 아침 대용식으로 먹는 식빵은 매출이 23.9%나 늘었고, 일반빵과 베이글 매출도 각각 8.3%와 3.6% 증가했다.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가 급속하게 늘면서, 아침으로 밥을 차려 먹는 사람 대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빵·베이글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불고 있는 웰빙, 다이어트 열풍과 씨리얼·가정간편식등 대체식품류가 급증한 것도 쌀소비를 줄이는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이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맥주였다. 국산 캔맥주와 페트맥주 매출은 역신장했지만, 다양한 수입맥주와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면서 맥주가 처음으로 매출1위에 올랐다. 2013년이래 2년 연속 매출1위를 지켜온 라면은 웰빙열풍과 다양한 간편식이 인기를 끌면서 2위로 떨어졌다.
원두커피가 인기를 끌면서 소위 ‘커피믹스’ 등 인스턴트 커피 매출순위도 매년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13년 3위에서 지난해에는 4위로, 올해는 다시 두단계 떨어진 6위에 머물렀다. 반면 원두커피는 지난해 매출이 13.4%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두자릿수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밖에 허니버터칩 열풍 덕분에 유사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면서 스낵류 매출도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팀장은 “대형마트 상품 매출순위는 해마다 변화하는 소비트렌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며 “맞벌이나 1인가구 급증과 웰빙트렌드 등 영향으로 한국 밥상이 급속히 서구화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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