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과자 봉지나 가공식품 포장, 심지어 우유 팩에도 ‘허니’라는 글자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양봉 과정에서 봉으로 꿀을 뜨는 이미지 또한 이들 포장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같은 ‘미투(모방) 제품’을 낳게 한 원조인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이 내달 출시 1주년을 맞는다.
허니버터칩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소매점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제과업계는 이 과자가 벌써부터 장수 브랜드 목록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며 달콤한 스낵 열풍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허니버터칩은 지난달 매출 70억원을 올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10개월간 누적매출 634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8월 출시 당시 월매출 6억원에 그쳤던 허니버터칩은 9월까지만 해도 19억원어치가 팔리는데 그쳤다.
하지만 이후 10~11월 두 달간 매출 100억원 이상을 거두며 전국에 허니버터 신드롬을 낳았고 이후 월 70억원 매출 수준을 지금까지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현재 허니버터칩을 생산하는 강원도 원주 문막공장이 생산라인을 하루 24시간 풀가동해도 나올 수 있는 매출이 월 70억원선이다. 해태제과 측은 “만드는 즉시 다 팔려나간다고 보면 된다”며 “출시 1년이 지난 지금도 월 매출 70억원을 계속 유지하는 건 이 제품에 대한 인기가 식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애초 업계에선 짧은 시일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식음료 제품일수록 인기가 식으면 매출도 급락할수 있다며 허니버터칩의 롱런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지난 2011년 국내 하얀 국물 라면 시장을 새로 개척한 팔도 ‘꼬꼬면’이 초반 인기를 등에 업고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가 쓴 맛을 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는 달콤 스낵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고, 허니를 표방한 미투 제품이 제과업계를 넘어 다른 식음료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밥 대신 한 끼 식사로 즐기는 라면에 비해 스낵은 간식처럼 가볍게 즐기는 것이어서 이 분야 히트 제품은 그 인기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더구나 대다수 제과업체들이 달콤한 스낵 제품을 한두개씩은 모두 들고 나온 상황이어서 이제 이 스낵 상품은 별도의 시장 영역을 구축했다. 실제로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이 편의점에서 팔린 단맛과 짠맛 감자스낵 매출 비중은 지난해 1~4월 0 대 100에서 올해는 51.1대 48.9로 바뀌었다. 매출 ‘제로(0)’였던 단맛 감자 스낵이 1년만에 짠맛 상품을 삼켜버린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허니버터칩의 지난 1년간 행보는 다른 기업의 제품 마케팅에도 변화를 줬다. 과자의 품질인 맛이 색다르면 소비자들이 나서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게 되고 이게 제품 마케팅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따라서 업체 입장에선 공을 들여 인위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필요가 없는 셈이다.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 출시 한 달만인 9월말 이 제품에 대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중지했다. 이는 신정훈 해태제과 사장의 결정이다. 신 사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때로는 가장 훌륭한 제품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해태제과는 이달부터 원주 문막공장 바로 옆에 허니버터칩 제2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이 공장은 내년 4월 완공된다. 이러면 내년부터 허니버터칩 월 생산량은 150억원어치로 현
지난해 매출 6900억원을 올린 해태제과는 올해 매출 8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허니버터칩을 포함한 자매품 ‘허니통통’ 등 허니 시리즈 제품의 연매출만 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덕분에 해태제과는 2016년 첫 ‘매출 1조클럽’ 가입을 노리고 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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