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약세여파로 우리나라 물건을 온라인몰을 통해 해외로 판매하는 직판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 유럽 등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직접 사오는 소위 직구는 올들어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액기준으로 해외직판이 직구 대비 50분의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온라인 무역역조(작년 1억6000억원 적자)가 심각했으나 최근 다소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류업계에서는 수년내 해외직판 물량이 직구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온다.
26일 업계와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직구 규모는 7억7000만 달러(약 8702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8%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까지 직전 4년간 연평균 54.5%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던 것에 비하면 성장속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해외직판의 경우 관세청 등이 집계하는 올해 공식 통계치는 아직 안 나왔지만 최근 업체별 직판몰 매출이나 물동량은 50~60% 늘어난 곳이 많다.
현대백화점이 만든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인 ‘현대H몰 글로벌관’에선 이달들어 22일까지 매출이 전월동기 대비 58% 급신장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공포로 국내 유통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달에도 전월대비 40% 증가했다.
물동량 면에서도 해외 직구·직판간 격차가 점차 줄고 있다. 현대로지스틱스에 따르면 이달 1일~22일 현대로지스틱스가 미국 유럽 등에서 배송해온 직구 물량은 11만8000여건, 중국 등으로 보낸 직판 물량은 3만9000여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 4월만해도 직판 물량이 직구대비 10% 수준에 불과했으나 석달만에 33%까지 높아졌다.
특히 메르스 사태가 극에 달했던 지난달 직구 배송물량은 16만9000건으로 전월대비 12% 감소했지만, 직판 물량은 4만2000건으로 68% 급증했다.
최근 직구·직판 시장의 희비가 엇갈리는 가장 큰 요인은 환율이다. 지난 24일 달러당 원화값이 3년1개월만에 최저치인 1168원까지 떨어졌다. 국내 소비자로선 달러화 기준 해외 구매가격이 최근 3개월새 10% 가까이 급등함에 따라 직구 매력이 그만큼 추락한 것이다. 거꾸로 우리나라 온라인 직판몰에서 화장품 패션용품 등을 가장 많이 사가는 중국 소비자로선 환율효과만으로 앉아서 10% 정도 가격인하 혜택을 보고 있다. 박종선 현대 H몰 e기획팀장은 “H몰 글로벌관 매출 가운데 90%는 중국에서 나온다”며 “원화값 하락으로 중국에서 한국상품 가격 메리트가 높아진 게 매출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스 사태로 한국 방문을 취소한 중국 관광객들의 쇼핑수요가 온라인 직판몰에 몰린 영향도 있다. 지난 6월 서울시내 주요 면세품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0% 수준까지 급감했으나 글로벌 롯데닷컴 매출은 오히려 5% 증가했다. 한류스타 김수현등을 모델로 내세운 중화권 온라인 직판 쇼핑몰 판다코리아도 지난달 매출이 전월대비 7% 증가했다.
판다코리아 관계자는 “방한을 취소한 중국인들 중에는 한국에서 물건을 떼다 파는 소위 보따리상도 더러 있다”며 “중간 상인들 공급이 끊기자 온라인몰에서 직접 한국제품을 찾는 중국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보부상’ ‘인상(인터넷 상인)’ 같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국내에서 온라인 직판몰 개설이 활기를 띄고 있는 것도 또다른 요인이다. 백화점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도 자체 쇼핑몰인 소호몰(SOHO)몰을 만들어 중국 일본 등 해외시장에 직진출하고 있다.
온라인 해외직판 플랫폼 제공업체 티쿤의 김종박 대표는 “올해 우리회사 지원을 받아 일본에 연 직판 쇼핑몰만 9곳에 달하고 , 내년까지 20여곳이 추가로 오픈을 추진중”이라고 밝
현대로지스틱스 관계자는 “올해 중국 소비자들 직구시장 규모가 42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있다”며 “이중 우리나라가 5%만 차지해도 연 2조원에 달해 직판이 직구시장(지난해 1조6500억원)을 뛰어 넘는건 시간 문제”라고 밝혔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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