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삼성정밀공업으로 출발한 옛 삼성테크윈은 우리나라 방위산업 발전의 초석을 닦은 방산 명가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제군들에게 돈 벌어 오라고 하지 않는다. 분단국가의 현실을 직시하고 나라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일하라”며 직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줬다. 임직원들의 자부심 역시 드높았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 10여년동안 삼성내에서 ‘찬밥’ 신세였다. IMF외환위기를 거치며 항공사업을 정리하고 2000년대 후반부터 잇따른 사업조정으로 매출이 불안정해졌다. 주력 방산 제품인 K-9 자주포는 탁월한 성능에도 해외 수요 부진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디지털 카메라 사업은 삼성전자에 넘기고 CCTV 등 고전하는 사업부문은 떠안으면서 그룹내 홀대는 한층 더해졌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삼성과 한화간 빅딜로 한화로 팔려갔다. 한화테크윈으로 이름도 바꿨다.
삼성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한화테크윈. 하지만 한화그룹에선 핵심 주력 계열사로 거듭난다. 2020년 매출 5조원을 돌파하고 5년 뒤엔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한화테크윈은 27일 서울 63빌딩에서 김철교 사장을 비롯한 회사 임직원, 노조대표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新)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글로벌 항공방산 및 첨단장비 솔루션 리더’라는 새로운 비전을 발표했다.
김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한화테크윈은 그간 삼성그룹내 비주력 회사다보니 사업 운영이나 의사결정에 제약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젠 한화그룹 핵심 성장축인 기계·방산 부문 주력회사로 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중장기 비전 달성을 통해 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가자”고 강조했다.
한화테크윈은 2025년 10조원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항공 엔진 ▲K-9 자주포와 KAAV 상륙돌격장갑차 등 지상방산 ▲CCTV 등 시큐리티 장비 등 기존 주력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에너지장비 ▲산업용 장비 ▲로봇 분야를 적극 육성한다고 밝혔다.
한화테크윈은 각 사업부문이 목표달성을 위해 ▲영업·유통 혁신 ▲비즈니스 모델 혁신 ▲신성장 동력 혁신 등 3대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영업·유통 혁신을 통해 고객 니즈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선행 영업 및 사업파트너 협력, 국가별 맞춤형 마케팅 전략으로 수출 비중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또 고수익형 솔루션, 애프터마켓(After Market) 사업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도 나선다. 시장 규모와 수익성에서 한계가 있는 단품 판매 방식에서 탈피해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제품과 애프터마켓 서비스를 함께 판매하는 ‘토털 솔루션 및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고속 회전체 기술, 정밀제어 기술, 자율주행 기술 등 핵심 기술들을 활용한 신성장 동력 혁신을 통해 적극적으로 미래 신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에선 비주력 계열사던 한화테크윈이 한화그룹에선 주력사업군으로 편입되면서 그룹 지원 아래 적극적으로 성장 전략을 추진할 수 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테크윈은 한화그룹 4대 성장축의 하나인 기계·방산 부문 주력 계열사”라며 “2020년 이후에는 한화그룹 제조 부문 글로벌화를 선도하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이호승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