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인데요. 이자를 싸게 감면받으실 수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캠코인동 개코인동 나는 모른다”
“어르신 주민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요새 주민번호 묻는 놈이 어딨노”
전화금융사기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특히 캠코나 국민행복기금, 금융감독원, 경찰청 등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해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3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 건수는 4723건, 피해금액은 6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65%, 8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부처나 공공기관들이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처법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최근 SBS 예능프로그램 ‘자기야 백년손님’에 출연 중인 후포리 이춘자(74·사진) 씨를 홍보모델로 기용, 방송을 통해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국민행복기금 사칭 보이스피싱 대처법’을 알려 화제다.
실제로 이씨는 지난 5월 제작진의 가상 보이스피싱 전화에 현명하게 대처한 경험이 있어 이번 홍보모델로 발탁됐다는 후문이다.
당시 제작진은 사기범을 가장해 주소·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집요하게 물었으나 이씨는 특유의 무심한듯한 말투로 “주소도 모르고 아들 전화번호도 모른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한편, 사기범을 향해 거침없는 욕설을 퍼부었다. 방송 이후 이씨의 보이스피싱 대응법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확산되는 등 관심을 끌었다.
구체적인 대본 없이 진행된 이번 홍보영상 촬영 과정에서도 이씨의 기지는 빛이 났다. 촬영 도중 NG장면이나 보이스피싱 사기범을 향한 구성진 입담도 방송에 그대로 노출돼 재미를 더했다.
‘캠코’라는 얘기에는 “캠콘지 개콘지 나는 모르겠다”며 최신 유머로 대응했고, 주민번호를 물을 때는 “요새 주민번호를 묻는 놈이 어딨노”라며 공공기관에서는 전화로 주민번호를 묻지 않는다는 정보를 제공하기까지 했다. 방송 말미에는 자녀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야~ 요새 뭐 사기 전화 많이 온단다. 그른게 조심해라”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캠코 관계자는 “노인들은 상대적으로 정보에 매우 취약해 피해를 당하기 쉽기 때문에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한 자연스러운 정보 노출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이번 방송을 통해 자산관리공사와 국민행복기금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캠코는 국민행복기금 홈페이지(www.happyfund.or.kr)에 ‘대출사기 주의 안내문’과 피해요령, 상담전화번호(서민금융통합콜센터 1397, 경찰청 112,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 1332)를 게시하고 있다. 이번 홍보영상도 페이스북(캠코러브), 유투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적극 확산시킬 계획이다.
금감원과 경찰청도 지난 13일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phishing-keeper.fss.o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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