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출국길에 오르기로 했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정을 조정해 한국에 더 머물기로 했다. 이날 공항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 아내인 조은주 씨만 모습을 드러냈다. 조 씨는 오전 홀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출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김포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그룹 경영권을 놓고 다투고 있는 두 형제가 이제야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게 된 셈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일주일간 일본에 머물면서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들을 만나는 등 우호 세력 확보에 주력해 왔다. 이번 일본 일정은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 사실상 첫 출장이었기 때문에,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전 직원과 면담을 갖고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한 논의도 진행했다.
형인 신 전 부회장은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출국 했다가 29일 저녁 한국에 돌아왔다. 이후 두 형제는 약 4일간 ‘상대방 진영’이었던 한·일 두 국가에 남아 동생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형은 경영권을 뺏기 위한 작업을 각자 펼쳐왔다.
당초 3일 일본에 가서 광윤사 관계자를 만나겠다고 밝혔던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 남은 이유 중 하나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은 ‘아버지와 동생이 단 둘이 만나는 것을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유력하다. 신 전 부회장과 그의 일가는 지난 15일 이후 아버지 신격호 총괄 회장 집무실을 사실상 ‘점거’하고 신 회장과 신 회장 측근이 신 총괄회장을 만나는 것을 차단해 왔다.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은 한국에 남아 지금처럼 다른 가족들과 함께 동생을 견제하고, 일본에는 조력자인 아내를 먼저 보내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 등의 우호세력을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신 전 부회장 주장에 따르면 아내 조은주 씨는 과거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신을 해임했을 당시 6개월 동안 공을 들여 신 회장의 마음을 돌린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동주 형제 등 부자 셋이 한 자리에 모인다면 삼자간 대화를 통해 극적인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신 전 부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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