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의 난’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진 롯데그룹이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를 빠른 시일 내에 상장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해 롯데그룹 국적논란에 대한 마침표를 찍겠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또한 현재 남아있는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연말까지 해소하기로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방안의 큰 그림을 공개했다. 신 회장은 “최근의 사태는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조금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 회사들 지분 비율을 축소하고 주주구성이 다양해 질 수 있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말까지 남아있는 순환출자 80%를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그룹을 지주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롯데기업의 순환출자고리는 올해 4월 1일 기준 416개로 대기업 집단 중 가장 많고 복잡하다. 신 회장은 “지주사 전환에는 약 7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롯데그룹 순수익 2~3년치에 해당하는 규모이지만, 현 상황을 깊이 고민해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롯데는 오는 17일 호텔롯데의 주요 주주인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개최해 기업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그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타협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신 회장은 형과 대화할 여지가 있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대화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경영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일 롯데를 완전히 분리해서 협력관계를 없애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한일 롯데를 자신이 모두 경영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신 회장은 또 “롯데는 한국기업”이라는 내용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번 수익을 고국에 투자하겠다는 일념으로 설립한 회사”라며 “이번 일을 통해 아버님이 조국에 평생 쌓아오신 명성과 창업정신이 훼손된 것에 대해 자식으로서 참담
신 회장은 이날 네차례 고개를 숙이며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롯데를 사랑해 주신 국민들께 불미스러운 사태로 많은 심려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롯데에 대한 실망과 우려는 모두 제 책임”이라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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