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52)이 남모를 고충을 털어놨다. 경영수업을 시작한 30여년전부터 지금까지 회사 신제품은 모조리 다 본인이 사용해본다는 것.
기초제품은 물론 색조 화장품까지도 직접 발라보고 테스트한다는 그는 본인을 ‘회사의 모르모트(marmotte·실험용 쥐)’라고 표현했다.
지난 9일 서경배 회장은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회사의 신제품은 제가 다 써보고 있다”며 “기초 제품은 물론 색조 제품도 사용해 보는데 매니큐어를 손톱에 정말 많이 발라봤다”고 밝혔다.
화장하는 남성들이 보편화 된 요즘, 남성들이 손톱 손질을 하거나 매니큐어를 바르는 게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서 회장이 매니큐어를 처음 바르기 시작한 20년 전은 화장하는 남성을 상상하기 어려웠던 때다.
실제로 서 회장은 “매니큐어를 워낙 자주 바르다보니 주변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거나 오해를 사기도 했다”며 “아래 직원들이 이제 그만 (매니큐어를) 바르시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처음 화장을 시작한 여성들 조차 바르기 힘들다는 마스카라를 직접 사용한다는 서 회장은 아니나 다를까 “남성 입장에서 마스카라는 정말 사용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서 회장은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1.2초당 1개가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쿠션 제품에 대해 “내가 처음 사용해봤을 때에도 잘 팔릴까 의구심이 들었다”고 솔직히 토로했다.
서 회장은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어 팔려다보니 처음에는 어려움이 참 컸다”며 “나 역시 반신반의 했지만 주변에서 화장을 정말 좋아하는 매니아들에게 (쿠션) 제품을 선물하니 서로 더 달라고 하는 것을 보며 ‘야, 이거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아이오페 에어쿠션을 시작으로 아모레퍼시픽그룹 내 13개 브랜드를 통해 출시된 쿠션제품은 지난 한 해에만 국내외 시장에서 총 2600만개 이상이 팔렸다. 누적 판매량은 6000만개를 돌파해 K-뷰티의 첨병으로 활약 중이다. 쿠션 등의 인기에 힘입어 서 회장은 보유한 상장사의 주식가치가 12조원을 넘어 국내 주식부자 1위로 우뚝 섰다.
명실상부 글로벌 화장품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인 서 회장, 자신의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할까.
서 회장은 화장 전문가답게 “화장의 가장 기본이 되는 클렌징을 정말 꼼꼼히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화 방지를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이는데 노화 중에서도 광(光)노화, 즉 햇빛에 의한 노화를 막기 위해 썬크림을 주변 여기저기에 두고 쓴다”고 덧붙였다.
화장품 회사 CEO로서 자연스럽게 생긴 버릇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그 피부와 머릿결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주변 사람들의 피부와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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