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꿈이다. 가족과 친지가 모인 올해 추석에도 주요 화제는 부모님의 건강과 장수였을 것이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계속 늘어 80세를 넘어섰지만 건강수명은 66세에 불과하다. 14년을 병치레를 하면서 목숨을 연명하는 셈이다.
평균 수명 연장과 함께 100세인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2005년 961명, 2010년 1836명이었던 100세이상 인구는 현재 약 3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100세인은 2060년 8만 4283명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보다 인구가 2.3배나 많은 일본은 100세인이 올해 6만명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인간의 수명은 몇살일까? 미국 생물학자 헤이프릭은 여러 종류의 동물실험과 인간세포를 배양하는 실험을 한 결과, 인간의 태아세포는 50회 분열한 뒤 멈춰버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인간의 세포는 한번 분열하는 데 평균 2.5년 걸리기 때문에‘2.5년×50회=125세’가 인간의 수명”이라고 결론냈다. 일본 유전학자 유아사 아키라 박사는 인간의 각 기관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기간이 25년이고 그 기간의 5배인 125세가 천수라는 가설을 내놨다. 프랑스 학자 뷰퐁과 플로랑스는 ‘동물 수명은 성장에 필요한 기간의 5~6배’라는 학설을 내세웠다.
일본 장수전문가로 손꼽히는 미쓰오 다다시 박사는 자신의 저서(‘125才まで元氣に生きる’)에서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노화를 거스를 수 없지만 노화의 신호를 놓치지않고 잘 예방한다면 건강하게 장수를 누릴 수있다”고 말했다.
우리 몸은 왜 늙을까? 그 동안 노화 원인으로 제기된 학설은 △마모설 △세포내 독소 축적설 △산화적 손상설 △노화유전자설(텔로미어설) 등이다. 마모설은 물건처럼 우리 몸도 오래 사용하면 닳고 기능이 떨어져 노화된다는 이론이다. 세포내 독소 축적설은 완전히 배출되지 못한 노폐물이 체내에 누적돼 세포를 손상시키고 이로 인해 신체기능이 약화되어 노화된다는 것이다. 산화적 손상설은 몸안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가 노화를 촉진한다는 이론이다. 노화유전자설은 유전자가 생체에 노화현상을 일으킨다는 이론으로 ‘텔로미어설’로 주목받고 있다. 텔로미어(telomere)는 세포의 염색체 양끝에 존재하는 단백질 성분의 핵산서열로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진다. 사람의 세포가 일정 횟수이상 분열할 수없는 이유도 이 현상 때문이다. 세포는 끊임없이 분열하는데 그때마다 텔로미어의 일부가 복제되지 않고 갈수록 분열의 범위가 커져서 마침내 텔로미어가 일정 길이 이하로 짧아지면 세포가 더이상 분열을 하지 못하고 수명을 다하기 때문에 노화가 진행된다는 게 텔로미어설이다. 노화 가설중 실험으로 증명된 이론은 산화적 손상설과 노화유전자설이다.
전문가들이 꼽는‘장수의 비결’은 무엇일까. 특별한 비책은 없고‘잘 먹고 잘 웃고 열심히 움직여라’로 모아진다.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들의 유전자를 과학적으로 조사한 결과, 장수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균형잡힌 식사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조절과 같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의 한 여론조사 기관이 몇년전 100명의 100세인(centenarians)을 조사한 결과, 19%가 휴대폰을, 12%가 인터넷을, 3%가 온라인에서 만난 이성과 데이트를, 45%는 몇몇 TV스타를 인지할 정도로 시사상식에 밝았다.
일본 장수학자 이시하라 유미 박사가 흑해와 카스피해로 둘러싸인 세계적인 장수마을을 돌며 이들 지역 100세인들에게 발견한 공통점은 △일을 많이 하라 △장수하는 사람들로 이뤄진 합창단에서 매일 노래하라 △사냥을 나가 자주 걸어라△술을 마시고 말을 많이 하라 등 4가지였다.
최근 들어 노화관련 유전자로 시르투인(sirtuin)이 발견되어 장수하려면 소식(小食)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소식과 채식을 즐기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우리 몸의 미토콘드리아(세포안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 역할을 하는 작은 기관)숫자가 늘어나 장수한다는 것이다. 시르투인 유전자는 2000년 레너드 가렌티(미국 MIT교수)가 발견한 것으로 노화와 수명에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반응 경로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장수유전자로 건강 장수의 열쇠를 쥐고있는 마스터 유전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효모를 두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만 먹이(포도당)의 양을 줄여 섭취열량을 75%까지 제한한 결과, 미토콘드리아 내에 NAD가 많이 생성되고 이로 인해 시르투인 유전자 활동이 증가했다. 종합해보면 섭취열량 제한→미토콘드리아 내 NAD 생성량 증가→시르투인 유전자 활성화→장수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도 붉은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20년동안 실험한 결과, 열량을 30%줄인 식단을 먹었던 원숭이그룹이 원하는대로 먹었던 원숭이그룹보다 털에 윤기가 나고 흰털이나 주름이 적고 한참이나 젊어보였다.
최근 캘리포니아 의과대 클라우디아 카와스 연구팀이 90세가 넘는 1600명을 장기 추척해 ‘장수의 비법’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들 장수인은 절반이 젊은 시절 흡연경험이 있었고, 역설적이지만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알려진 콜레스테롤과 혈압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카와스 박사는 젊은층엔 애물단지였던 콜레스테롤과 과체중, 고혈압이 90대가 넘는 초고령층에겐 알츠하이머(치매)를 예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장수인의 특징으로 인지기능이 정상이면서 치매가 없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점을 꼽았다.
고혈압은 젊은시기에 발생하면 나쁘지만 80~90대에 생기면 오히려 치매예방에 좋다고 카와스 박사는 지적했다. 과체중이나 콜레스테롤도 마찬가지로 초고령층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체중일 경우 사망률이 과체중보다 50%나 높았다. 카와스 박사는 “아이나 젊은 사람의 질병과 치료법은 연령층에 관계없이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하지만 80~100세이상의 초고령층엔 그대로
장수인들은 하루 커피 2~3잔에 해당하는 200~400㎎의 카페인을 섭취하고, 1주일에 1~2회 술을 마셨다. 운동은 하루 45분이 가장 좋지만 비교적 몸을 자주 움직이고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편이었다. 식사는 중요하지만 비타민C를 복용하든, 블루베리를 먹든, 식단내용은 장수와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았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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