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가 국내에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지났다. 보톡스는 1995년 사시 치료에 효능을 보여 승인을 받았고 이후 미용 치료에 널리 사용됐다. 보톡스라고 이름도 사실 다국적 제약사 엘러간의 상품명이다. 의학적 명칭은 보툴리눔 톡신이다. 톡신은 독소라는 뜻이다. 보툴리눔 톡신은 1g만으로도 수만명을 사망하게 하는 강력한 독소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정제돼 질병 치료제로 재탄생했다.
보툴리눔 톡신이 질병 치료에 이용되기까지는 1세기가 더 걸렸다. 1973년 미국에서 보툴리눔 톡신이 안구 근육을 이완시킨다는 논문이 발표되면서 치료제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후 적용 가능한 질환이 계속 늘어났다. 주름개선은 2002년에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보톡스는 현재 줄잡아 30여개 질환에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선 유독 성형시장 쪽에서 각광받고 있다. 주로 주름을 없애주는 효능이다. 시장 주도 업체도 오리지널 회사인 엘러간이 아니라 국내 업체들이다. 1위는 국내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한 메디톡스다. 대웅제약과 휴젤이 나머지를 양분한 상태다.
이들 국내 업체는 미용 분야에서 해외 제품에 비해 손색 없는 효능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향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미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글로벌 기준으로 보톡스 사용은 치료제로 55%, 미용 부분으로 45%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피부미용으로만 사용되는 보툴리늄 톡신 시장 규모만 750억원대로 추정된다.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보툴리늄 톡신 제제은 아직 통계조차 없다.
엘러간은 국내에서도 적응증 획득에서 경쟁 제품들보다 훨씬 앞서 있다. 엘러간은 애초 국산 제품들이 낮은 가격을 강점으로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비뇨기과 등 전문과를 중심으로 ‘치료제’로서 보톡스를 인식시켰다. 전략은 적중했다. 엘러간은 총 8개 적응증을 승인 받았다. 특히 다음달부터 기존 약물로 적절한 치료에 실패한 과민성 방광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국민건강보험도 적용 받을 수 있게 됐다.
국내 업체들도 미용 시장을 넘어 치료제 영역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는 보톡스 시장을 공략하려면 국산 제품도 그만한 효과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메디톡신은 뇌졸중과 관련된 팔근육 경직 , 뇌성마비로 발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는 기형, 눈꺼풀 경련과 함께 주름 개선 등 4개 분야에 치료제로 인정받아 그나마 앞서 가고 있다. 대웅제약 ‘나보타’는 최근 신규 용량인 나보타주 200단위를 출시했다. 시술자와 환자 필요에 따라 적합한 용량의 제품을 다양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이번 용량별 제품 확대를 계기로 기존 미용·성형분야는 물론 치료제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또 ‘뇌졸중 후 근육경직’에 대한 나보타의 임상3상을 완료하고 적응증을 등록 중이다. 다른 치료영역에서도 나보타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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