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국들이 TPP 규범의 원산지 기준을 누적(accumulation)조항으로 합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 경제에 끼칠 부정적 영향이 수출감소뿐만 아니라 일자리 증발, 투자유치 감소, 부품조달 공급선 차단 등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계는 물론 정부도 원산지누적 규정으로 한국 경제가 위축될수 있다며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7일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TPP에서 원산지 누적 규정이 적용되면 동남아와 중남미 국가들이 TPP 역외국 한국이 아닌 베트남과 일본 등 역내국과 수출 다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며 “생산기지가 TPP 역내국으로만 쏠리면 한국이 도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투자기업이 TPP 역외국인 한국 대신 일본 등 역내국으로 진출을 꾀하고, 동남아 소재·부품기업들이 관세인하 혜택을 위해 한국이 아닌 TPP 역내국과 손을 잡고, 국내기업들도 의 공동화 현상으로 일자리가 줄어 결국 투자·수출·고용에 모두 악영향을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베트남이 TPP에 참여하면서 원산지 누적에 따른 관세인하 혜택을 노리는 국제 교역망의 움직임은 가속화됐다. TPP의 최대 수혜국인 베트남으로 생산기지 이전이 벌써부터 대두될 정도다. 김학도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한국 섬유기업의 베트남 공장 이전이 거론되고, 중남미지역에서도 베트남으로의 생산기지를 이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TPP에서 제외돼 한국으로의 투자유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소재·부품 분야에서도 TPP 역외국인 한국과의 거래선을 차단하고 일본산 소재·부품을 수입하는 국가들이 생겨날 것으로도 우려된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동남아 국가들은 TPP 특혜관세 혜택을 받고자 소재·부품을 수입해 조립·가공하는 과정에서 자국산으로 인정받는 일본산을 선택해 미국으로 수출하려 할 것”이라며 “한국의 소재·부품이 이같은 불이익을 극복할 만한 경쟁력이 있지 못해 피해가 염려된다”고 말했다.
한국 수출기업들이 원자재를 무관세로 들여오지 못해 소재·부품 공급망을 잃을 우려도 나온다. 왕준영 대한상공회의소 관세사는“일본 기업들은 무관세 내지 저관세로 원자재 소싱을 해 싸게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반면 우리 수출 기업들은 이같은 혜택을 누릴 수 없어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산지누적 규정의 폐해는 수출 감소에 따른 문제만이 아니다. 국내기업의 해외이전을 가속화시켜 결국 국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예상된다.
김한성 아주대 교수는 “TPP에서 불참하면 5년, 10년 뒤 글로벌 교역망에서 한국이 도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이호승 기자 / 김유태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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