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 인기다. 전국에서 10월 한달에만 23건이나 되는 마라톤대회가 열리거나 열렸다. 예전과 달리 일반인들도 마라톤 경기에 참여하는 추세다. 심폐지구력을 증가시키는 마라톤은 전신근력은 물론 다이어트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동호회원들이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마라톤은 매년 10명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할 만큼 위험해 충분한 준비를 하고 뛰어야 한다.
마라톤은 42.195km의 풀코스를 완주하지 않더라도 달리는 사람의 나이와 체력, 능력에 맞춰 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 등 목표를 정해 달려야 한다. 특히 마라톤은 체중조절과 몸매 관리 때문에 여성의 건강에 더욱 좋은 운동이라고 알려져 있다. 몸에 축적된 지방은 짧은 기간의 다이어트나 배, 허벅지 등 특정 부위에 국한된 운동만으로는 없앨 수 없다. 산소를 공급해 지방을 태우는 유산소 운동이 가장 효과적인데, 달리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마라톤은 동면의 양면처럼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마라톤은 폐혈관을 튼튼하게 해주고 근력강화에도 도움이 되지만 걷는 것과 달리 뛰는 동작은 체중의 2~3배이상 하중이 실려 관절이나 근육 및 연부조직(근육, 인대, 힘줄 등 단단한 뼈와 달리 인체 부드러운 조직을 통칭)에 무리를 준다. 그중 가장 잦은 부상이 ‘러너즈 니(runner’s knee)‘라는 무릎부상이다.
김재형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달리기는 생각보다 무릎과 가슴에 많은 부하를 주는 운동이므로 천천히 시작해야 한다”며 “각종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실제 자신의 능력보다 한 단계 낮춰 레이스를 운영하되 체력과 능력에 맞게 단계적으로 스피드를 올리도록 하고, 승부에 집착하지 말고 레이스 중 휴식을 자주 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마라톤은 달리는 도중에 우리 몸이 주는’경고신호‘를 인식해야 응급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필요이상으로 숨이 차거나 머리가 가볍게 느껴지거나, 혼미함, 현기증, 구토가 난다면 즉시 달리기를 멈추고 대회 의료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라톤이 무서운 것은 심장에 부담을 줘 돌연사로 이어질 수있다는 점이다. 마라톤 도중 사망을 부르는 심장이상은 심장이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의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히는 심근경색증, 맥이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게 뛰는 부정맥 등으로 발생한다.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홍준화 교수는 “마라톤 도중 돌연사의 대부분은 심장이상 때문이며, 모든 참가자는 레이스 전에 정확한 몸 상태 체크와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특히 심장질환을 앓고 있거나 달리기 할 때 가슴통증을 자주 느끼는 경우, 운동을 처음 시작하거나 고혈압·당뇨 등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반드시 마라톤 전에 운동기능 검사와 폐 기능 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했다.
심장은 1분에 60~80번씩 펌프질을 통해 피를 온몸으로 보내는 역동적인 장기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면 피가 펌프질되어 나가는 출구가 좁아지게 되고, 심장은 좁아진 출구로 피를 펌프질하기 위해 더 세게 수축하게 된다. 심장은 결과적으로 수축할 때마다 근육이 더 두꺼워지고 출구는 더욱 좁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경우 심장의 판막중 하나인 승모판막에 역류가 발생해 심장에 부담이 커지기도 한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주로 유전되며 대표적인 증상이 운동중 호흡곤란이다. 증상은 운동 중이나 직후에 가슴이 답답하거나 아프거나 어지러운 현상, 맥이 너무 빨리 뛰거나 안 뛰는 느낌, 속이 울렁거리거나 숨이 지나치게 차는 현상 등이 나타난다.
부정맥도 돌연사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심장은 1분에 약 60~80회 뛰어야 정상이지만 부정맥은 불규칙적으로 뛰는 것이다. 심장이 지나치게 빨리 뛰는 것을 빈맥, 느리게 뛰는 것을 서맥이라 부른다. 부정맥은 심장에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체계에 이상이 있을 경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어 발생한다.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면서 쓰러지거나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기운이 빠지는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부정맥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신동욱 교수는 “심장질환은 증상이 없어서 건강한 줄로 알고 있다가 증상이 처음 발생할 때 병원으로 오는 도중 또는 병원에 도착해 사망으로 귀결되는 불행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급성 심근경색은 예고없이 갑작스럽게 심장이 멈춰 사망할 수 있어 무섭다. 이전에 흉통이 있었거나 혹은 갑작스럽게 생긴 극심한 흉통이 5분이상 지속될 경우, 명치 끝이 심하게 아프면서 식은땀이 나거나 호흡곤란이 발생하면 가능한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심근경색의 대표적인 증상은 흉통으로 가슴의 정중앙이나 약간 왼쪽에서 쥐어짜듯이 극심한 통증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통증의 양상은 30분 이상 지속되는 둔통(鈍痛·묵직한 통증)이 특징이며, 환자들은 가슴이 조여든다, 터진다, 찢어진다, 맵다, 답답하다 등 여러 가지로 표현한다. 급성 심근경색증이 진단되면 흉통이 나타난 이후 가능한한 빨리 혈관을 뚫어주는 스텐트 시술을 하거나 혈전용해제를 투입한다. 시술을 3시간 이내에 받는다면 심근이 완전히 회복되지만 12시간 이상 지연되면 심근은 더이상 회복되지 않고 죽게 된다.
심근경색이 발생해 심장마비로 쓰러지면 가장 먼저 심폐소생술(CPR)을 해야 한다. 심폐소생술은 글자 그대로 심장과 폐활동이 갑자기 멈췄을 때 실시하는 응급처치를 말한다. 심폐소생술은 한다는 것은 그만큼 생사와 직결될 만큼 위험하다는 뜻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박창규 교수는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경우의 약 2/3는 처음 1시간 이내에 발생하므로 신속한 심폐소생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급성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의 경우 75%가 집에서 발생하는 만큼 평소 환자 가족은 물론 일반인도 응급처치법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익혀둔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심근경색 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심폐소생술과 함께 빠른 시간안에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심폐소생술은 먼저 말을 걸어보거나 손을 대보고 어깨를 흔들어 의식을 확인한다. 그 다음 주변의 한명을 지정해 구조 요청을 하고 119에 신고하도록 한다. 또 다른 사람은 쓰러진 환자가 하늘을 바라보도록 똑바로 눕힌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기울이고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유지한다. 또한 5~10초간 눈으로 보고(가슴 상승 여부), 귀로 듣고(숨소리), 볼로 숨결을 느껴 호흡을 확인한다. 이어서 머리를 기울이고, 턱을 들어 올린 후 코를 막고, 환자 입으로 1초에 한번씩 2회 호흡을 불어넣는다. 그 다음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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