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인 생존능력을 잃은 ‘좀비기업’이 되는 이유가 기업규모별로 다소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은 경영진이나 대주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탓에 경영진의 판단착오에 따른 ‘오너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대기업은 사업망이 넓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보니 그만큼 협력업체와 거래처의 부실이 쉽게 옮겨붙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평가회사인 한국기업평가가 2005년부터 10년 간 부도를 냈거나 기업회생절차, 워크아웃을 신청한 73개 기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무리한 사업확장, 판매부진, 오너리스크, 연쇄부도 등이 좀비기업을 만드는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판매부진은 기업 고유의 영업활동이 실패하면서 겪는 문제로 부실화의 전형적인 원인이다. 특히 최근 몇 년새 건설, 조선, 해운 등의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전체 분석대상 중 약 절반을 차지하는 33개사가 판매부진에 의해 좀비기업으로 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무리한 사업확장을 했다가 투자성과가 부진해 부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전체 분석대상 중 15사가 이 유형으로 분류됐는데 부실 발생까지 걸리는 기간이 평균 3년 내외로 비교적 짧았다.
판매부진, 무리한 사업확장 등 기업의 내부영업활동을 통한 부실을 제외하면 기업 규모별로 다소 차이가 났다.
오너리스크는 주로 경영진이나 대주주에 대한 의존도가 큰 중소기업에서 나타났다. 전체 분석대상 73개사 중 11개사가 이 유형에 해당됐는데 모두 중소기업이었다. 경영권이 바뀌고 분식회계나 횡령 등 관리 위험이 부각되면서 실적 부진→신규사업 투자확대→자금 부족→부실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최초 경
반면 주요 거래처나 계열사의 부실이 전이되는 ‘연쇄부도’ 유형은 대기업에서 많이 발생했다. 금호, STX, 동양그룹 계열사의 동반부실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유형은 보통 부실 발생과정이 매우 짧은 특징을 보였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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