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TV 판매의 절반 수준에 육박했던 모니터 산업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태블릿PC와 슬림 노트북이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이 PC 구입을 줄이기 때문이다. 삼성 LG 등 주요 모니터 생산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을 속속 선보이며 시장 위기에 대응하고 나섰다.
18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PC 판매는 전년 동기에 비해 7.7%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 들어 PC 판매는 매분기 감소 추세다.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5.2% 줄었으며, 2분기에는 9.5%까지 감소폭이 확대됐다. 4분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신형 운영체제 윈도우즈 10의 영향으로 PC 구입이 소폭 늘어날 수는 있지만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PC 판매가 줄면서 모니터 판매도 덩달아 감소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모니터 판매대수는 5959만대를 기록했다. 모니터 판매 대수가 6000만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불과 5년 전인 2010년만 해도 연간 모니터 판매대수는 8000만대를 훌쩍 넘었다.
모니터 판매가 줄어드는 주범은 2010년 이후 등장한 태블릿PC와 슬림 노트북이다. 이들 기기는 휴대성이 좋고 최근 성능도 강화되면서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PC와 모니터의 최대 고객인 기업들도 직원들에게 노트북 지급을 늘리고 있다. 모바일 오피스가 확산되고, 탄력 근무도 많아지면서 어디서나 쉽게 일할 수 있는 노트북이 일반 PC보다 낫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확산으로 회사 내부 인트라넷에 접속하는 것도 자유로워지면서 노트북 판매를 더욱 늘리고 있다.
모니터 시장이 급격한 위축으로 전세계 모니터 시장에서 각각 10%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과거처럼 4대 3 크기의 획일적인 모니터 대신 사이즈를 키우고, 차별화된 기능을 넣고, 가격도 올리면서 돈 있는 수요층을 잡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2012년부터 21대 9 사이즈 모니터를 선보이면서 게임 전용, 초고해상도 등 차별화된 프리미엄 기능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LG전자의 21대 9 모니터는 올 상반기에만 24만5000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 대비 185%나 판매가 늘었다. 판매금액도 같은 기간 239% 급증했다. 전세계 시장점유율도 70%에 육박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21대 9 모니터는 영화관 스크린과 같은 비율이기 때문에 고해상도 영화를 보기에 적합하다. 화면을 나눠 두 개의 창을 띄운 뒤 작업을 하기에도 유용하다. 21대 9 모니터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 화면 크기에 맞춘 전용 게임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판매 증가에 힘입어 LG전자는 라인업을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12개 시리즈 20종으로 운영 하고 있다.
유력 IT전문 매체인 리뷰드닷컴은 지난해 진행한 모니터 제품 평가에서 ‘LG시네뷰 모니터(34UM95)’에 10점 만점을 부여하고 ‘올해 최고 제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TV의 앞선 기술인 커브드 디자인과 UHD 화질 등을 모니터에 적용해 역시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커브드 디자인 모니터 5종을 선보였다. 크기는 23.5형에서 31.5형까지 다양하다.
삼성전자 커브드 모니터는 중앙과 측면의 시청거리 변화를 최소화한 디자인으로 눈의 움직임을 줄여주고, 영상 재현시 화면의 왜곡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장시간 바라볼 때 눈의 피로감이 덜하다는 장점으로 올해 초 미국
삼성전자의 커브드 모니터는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90%에 육박한다. 10대 중에 9대는 삼성 제품이라는 얘기다. 같은 크기의 모니터에 비해 가격도 30~40% 가량 비싸기 때문에 전체 판매대수는 줄어도 판매 금액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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