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대표 구본준 부회장)가 구글의 사물인터넷(IoT) 운영체제(OS)를 도입한다. 두 회사는 무인차와 넥서스폰 등에 이어 IoT OS까지 전방위적으로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2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구글이 개발한 IoT용 OS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IoT OS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 각종 가전제품을 서로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현재 LG전자는 자체 플랫폼인 웹OS와 퀄컴 주도 올씬얼라이언스(Allseen Aliance)의 IoT 플랫폼인 올조인(AllJoyn) 등을 채택하고 있는데 여기에 구글 OS까지 추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LSR&UX(Life style research&user experience)연구소와 이노베이션사업센터 임직원들이 미국 샌프란스코 구글 캠퍼스를 방문하는 등 두 회사가 IoT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협력을 위해 다양한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와 구글이 IoT OS 분야에서 손을 잡은 데는 차세대 정보통신(ICT) 먹거리로 주목받는 IoT시장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목적이 크다.
구글은 이미 안드로이드를 내세워 전세계 스마트폰 OS 시장 점유율을 70%넘게 차지했고,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시장에서도 ‘안드로이드 웨어’ OS를 통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닌 구글은 핵심 소프트웨어(SW) 기술의 집약체인 OS를 선점함으로써 전체 생태계를 이끌어 나간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하드웨어(HW) 기술보다는 그 속에 담겨있는 SW 기술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업계 분위기도 구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OS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나 애플보다는 이미 두터운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LG전자와 손을 잡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모바일 OS ‘타이젠’을 개발해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에 적용하는 등 OS 독립을 위해 애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잠재적 경쟁관계인 삼성전자, 애플보다는 LG전자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LG전자는 자체 연구개발 인력이 탄탄한 데다 제조·생산 경험이 풍부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구글과 LG전자의 이번 IoT 협업은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구글은 지난 2013년 자사 스마트폰 ‘넥서스5’에 이어 올해엔 그 후속작격인 ‘넥서스5X’를 LG전자와 함께 출시했다. 실제 LG전자와 손잡고 출시한 구글폰들은 전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어내며 성과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LG전자는 자체개발 스마트워치 ‘LG워치 어베인’ 등에 구글 안드로이드 웨어 OS를 탑재하는 등 구글과 돈독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LG전자는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안드로이드 생태계 확장을 위한 앱 개발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구글 OS에 대한 스터디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 LG전자가 내놓은 신규 프리미엄폰 V10에 지문인식기능이 탑재됐는데, 이는 간편 결제를 위한 준비 기능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지난 20일 구글과 LG전자가 함께 내놓은 스마트폰 넥서스5X에도 지문인식 기능이 들어가 있다. 구글과 밀월관계인 LG전자는 앞으로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안드로이드 페이더 적극 수용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이미 구글과 웨어러블 기기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과 TV, 특허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구글은 올해 초 자사 무인주행자동차에 LG전자 배터리팩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또한 LG전자는 구글이 주도하는 커넥티드카 개발연합(OAA·Open automotive Alliance) 멤버 중 하나다. LG전자는 지난해 구글의 새로운 프로젝션 표준기술을 적용한 차량용 AVN(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음성과 영상을 전송하는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양사는 TV분야에서도 손을 잡았다. LG전자는 지난 6월 구글과 함께 ‘올레드TV 디지털 마케팅 협력 선포식’을 개최했다. 구글이 보유한 방대한 빅데이터를 통해 파악한 고객 특성에 따라 올레드TV에 대한 맞춤형 광고를 구글 검색창이나 유튜브 등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한 두 회사는 기존 특허는 물론 2023년까지 출원하
전자전문매체 안드로이드헤드라인은 “최근 LG전자와 구글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다”며 “구글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LG전자와 파트너십을 갖춘다면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승환 기자 / 이경진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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