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이 잦은 단풍놀이 시즌에 맞춰 미세먼지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21일 올가을 들어 처음으로 서울에서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내려졌다. 당분간 대기가 미세먼지로 계속 뒤덮일 것이란 예보도 나왔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미세먼지를 분석한 결과, 황산염과 질산염이 많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황산염은 석탄이 탈 때 발생하는 것으로 중국 영향이 크고, 질산염은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생성되며 국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늘고 작은 먼지 입자로, 지름이 10㎛(1㎛는 100만분의 1m) 이하 부유 먼지를 말한다. 미세먼지 중 지름이 2.5㎛(PM-2.5)이하인 것들을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PM은 ‘미립자상태(Particulate)’와 ‘물질(Matter)’ 머릿글자로 ‘대기 중에 떠도는 고체나 액체 상태의 작은 입자성 물질’을 말한다. 미세먼지는 황사로 대표되는 흙먼지, 바닷물에서 생기는 소금, 화산폭발로 분출되는 화산재와 같이 자연적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매연, 음식조리, 도로 폐타이어, 청소기, 다리미, 헤어드라이어, 양초, 쓰레기소각기 등 산업화에 따른 물질문명이 만들어낸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지면 공기 중 미세먼지가 도로, 건물, 나무 등에 내려 앉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미세먼지 주의보가 해제됐더라도 만성호흡기 환자달은 하루, 이틀 동안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미세먼지는 몸속에 쌓이면 호흡기와 폐 등에 문제를 일으키고, 염증과 기침,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81~150㎍/㎥(㎍=100만분의 1g)일 때 나쁨 단계가 내려지는데 최근 며칠사이 전국 미세먼지 농도는 종일 나쁨 단계로 발령됐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등급은 ㎥공간 안에 24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양의 먼지가 있느냐에 따라 △좋음(파랑)=0~30㎍/㎥(미세먼지 기준), 0~15(초미세먼지 기준) △보통(초록)=31~80, 16~50 △나쁨(노랑)=81~150, 51~100 △매우 나쁨(주황)=151~, 101~ 등으로 구분한다.
초미세먼지(2.5㎛)를 포함한 미세먼지(10㎛) 문제가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은 1993년 하버드대학이 미국 6개 도시 거주자 8000여명을 대상으로 사망률과 도시 오염도와의 상관 관계를 비교한 연구에서 10㎛ 이하 먼지가 사람 건강을 해친다고 발표한 이후부터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기 중 입자상 물질 오염도가 높을수록 사망률도 거의 정비례하게 증가했다. 대기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는 깨끗한 도시에 비해 젊은 나이에 숨질 위험이 26%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는 코·입을 통해 몸 안으로 침투해 호흡기질환(만성 폐쇄성 폐질환, 만성기관지염, 폐기종)을 비롯해 암, 고혈압, 부정맥, 심부정증(동맥경화, 혈전), 장폐색, 안구건조증, 각막장애, 알레르기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 초미세먼지 권위자 이노우에 히로요시 교수(‘은밀한 살인자 초미세먼지’저자)는“초미세먼지는 담배의 3대 유해물인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에 이어 제4의 해로운 물질”이라며 “초미세먼지는 은밀한 살인자”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2013년 미세먼지를 대기오염과 함께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흡연보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위험한 이유는 너무 작기 때문이다. 평균 50~70㎛인 머리카락과 비교해보면 10㎛인 미세먼지는 7배, 2.5㎛인 초미세먼지는 30배가량 작다.
초미세먼지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의 위험도는 폐, 눈, 피부, 장 등의 순으로 높다. 초미세먼지는 ‘아주 작다’라는 기준의 10㎛보다 약 4배나 작아 호흡기가 거의 걸러주지 못한다. 몸안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점막의 점액과 섬모(실 같은 털)운동을 통해 걸러진다. 하지만 초미세먼지는 섬모사이를 통과해 기관을 지나 폐에 이른다. 폐에 도달한 뒤에는 폐포에 부딪혀 망가뜨린다. 초미세먼지는 아주 작은 탓에 폐·장·혈관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구멍으로 들어가거나 혈관을 막아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한번 들어간 미세먼지는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계속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기관지나 폐에 쌓인 미세먼지는 코나 기도점막에 자극을 줘 비염, 중이염, 후두염증, 기관지염,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또 미세먼지 독성물질이 모세혈관에 유입돼 혈액 점도가 증가하면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혈관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노우에 교수는 “눈·피부와 같이 겉으로 들어난 기관이 초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영향이 빨리 나타나지만 폐·장처럼 몸속에 있는 장기에 들어왔을 때는 영향이 나타나기까지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홍윤철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농도가 100㎍/㎥ 증가하면 사망자가 4.4% 늘어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며 “스모그로 인해 서울 미세먼지 농도가 350 ㎍/㎥까지 올라가면 사망자가 13.2% 증가해 서울 하루 평균 사망자가 115명에서 130명으로 늘 수있다”고 설명했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 증가하면 호흡기질환 입원환자가 11% 늘어난다.
초미세먼지 피해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노출을 피해야 한다. 외출을 할 수밖에 없다면 반드시 미세먼지용 방진마스크(황사와 미세먼지를 여과할 수있는 필터가 내장돼 있는 마스크)나 안경, 긴소매 옷을 착용해야 한다. 주영수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외출 때 보온용 일반 마스크가 아닌 황사마스크를 착용하고 한번 사용한 황사마스크는 오염 우려가 있어 재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입안부터 헹구고 샤워를 통해 머리카락이나 옷 등 몸에 남아있는 미세먼지를 없애는 것이 좋다. 직장에서도 초미세먼지를 실내로 들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출후 귀사할 경우 신발바닥과 외투 등을 털고 실내로 들어가는 게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가정에서 청소할 때에도 창문을 닫고 청소를 하는 것이 좋다. 청소기 중에는 미세먼지를 걸려주는 특수 필터가 달린 진공청소기가 있는데 만성호흡기환자가 있는 집이라면 이런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각 가정마다 카페트나 침구류 부피와 무게가 늘어나는데 이는 주의가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쌓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섬유재질 침구류 등은 수납장에 넣거나 덮개를 씌워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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