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 회원국의 의료비지출이 2030년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10%포인트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OECD 회원국의 평균 의료비 지출은 GDP의 8.9%대다. 선진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늘어나는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고, 개발도상국은 복지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의약품 소비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급증하는 의료비를 절감하면서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있는 방법은 없을까? 해답은 바로 ‘바이오’에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전세계 바이오 관련 시장은 2020년까지 1조4000억달러(약 1633조8000억원)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그야말로 바이오 황금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산업은 국민 건강과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산업으로 세계 각국이 차세대 경제성장 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바이오는 협소한 국토, 빈약한 자원 뿐이지만 뛰어난 두뇌(인재)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지속적인 성장과 함께 세계를 주도할 수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경우 조류독감 치료약으로 알려진 ‘타미플루’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평범한 회사에서 세계 굴지의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했다. 실제 의약품 하나만 잘 개발해도 현대자동차 300만대를 파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 됐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의약품을 한번 개발하여 성공하면 제약사는 특허 독점권을 최소 10년간 누릴 수 있다. 때문에 바이오 의약품 개발은 ‘하이 리스크’(high risks)이면서도 부가가치가 큰 ‘하이리턴’(high returns) 산업이다.
한국 바이오는 특히 우수한 인재 상비군을 갖추고 있어 앞으로도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이후 바이오 제약 분야는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국내 우수 인재를 모조리 흡수했다. 대학들이 우수한 인재 유치를 위해 생명공학 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의학전문대학원, 약학전문대학원 등을 설치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에 탄탄한 바이오 인재풀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바이오시밀러 등 바이오 의약품은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인 동시에 모든 것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미개척 분야다. 향후 10년간 진행될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및 지식재산권의 만료는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업 간의 경쟁을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종양(암), 당뇨병, 류마티스관절염과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바이오시밀러가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천 송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용량은 연간 33만ℓ로 미국 샌프란시스코(33만ℓ)와 함께 세계 2위 규모다. 단일 도시 바이오의약품 생산용량에서 세계 1위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바카빌(34만ℓ)을 근소한 차이로 추격하고 있으며 이미 싱가포르(27만ℓ)를 따돌렸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허가된 6개의 줄기세포 치료제 중 4개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특히 맞춤의료, 유전체 의학 등 의료패러다임이 바뀌고 첨단·융합 기술이 접목되면서 한국이 줄기세포 치료분야에서 글로벌강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존 제약사들의 해외 진출 성과도 눈부시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2건의 신약기술을 글로벌 제약기업인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에 수출했다.
보령제약은 고혈압 신약인 카나브를 수출하는 굵직굵직한 성과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현재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가시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고 기술이전 계약을 맺으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며 “그 성과들도 모두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것으로 평가받으며 한국 바이오 도약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과가 나타나자 바이오 산업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기술력있는 바이오 기업도 크게 늘었다.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기업 수는 2005년 2개에서 지난해 14개로 급증했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털들의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 규모는 2013년 1463억원에서 지난해 2928억원으로 증가했다. 1년만에 투자액이 1500억원 가량 늘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투자가 2955억원에서 1705억원으로 감소한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경쟁력 있는 기업에는 거액의 펀딩(자금조달)이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전자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인 제넥신은 최근 벤처캐피털 등 기관투자가들에게서 500억원에 이르는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정도 펀딩은 여느 외국 바이오 기업들에도 밀리지 않는 액수다. 기술력만 받쳐주면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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