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눈길을 돌리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었다. 우리나라 제약 산업은 그동한 영세한 내수 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내수시장의 한계를 딛고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을 모색하겠다는 업체들이 늘면서 그 성과가 차츰 나타나고 있다. 제약사들이 기술 수출과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외국 신약을 도입, 복제하는 것에서 탈피해 세계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올해 상반기 보건산업 분야의 해외수출은 지난 2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제약 분야는 11.5%, 의료기기는 7.4%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 의약품 수출액은 사상 최초로 2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의약품 수출액이 1억 855만달러를 기록했으며 9월까지 누적 의약품 수출액은 16억 5098만달러라고 밝혔다. 이같은 추세를 유지할 경우 올해 의약품 수출액은 사상 최초로 2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의약품 수출액은 17억 3000만 달러였다. 의약품 수출액 20억 달러 전망이 가능한 이유는 국내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 강화에 따른 역량 향상으로 원료의약품뿐만 아니라 완제의약품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제약사들은 올해 들어 지난 2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아셀렉스캡슐’을 시작으로 동화약품의 ‘자보란테정’,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주‘와 ’시벡스트로정’에 이어 총 5개의 신약을 배출했다. 국내업체가 개발한 신약은 지난 1993년 SK케미칼의 ‘선플라주‘ 이후 32년 만에 26번째를 맞고 있다. 하지만 국산신약 허가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면서도 시장성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업체들의 빛나는 성과는 이런 우려를 씻어내고 있다.
보령제약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는 전세계 30개국에 약 3억 2000만달러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는 105개국에 수출이 예약됐다. 동아에스티의 ‘슈가논’은 이미 허가받기 전 해외 20여개국과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시벡스트로는 국내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판매되기 시작했다. 해외 다국적제약사에 신약 파이프 라인을 수출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초 면역질환치료제를 일라이릴리에 6억9000만달러를 받고 수출했다. 이는 제약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 기록이다. 이어 3세대 내성표적 항암신약을 베링거인겔하임에 7억3000만 달러 규모로 수출하면서 다시 역대 최대 규모 수출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런 기술 수출은 토종 제약 기업이 해외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해외 판매망도 뚫어야 하기 때문에 국내제약사가 직접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대규모 R&D에 맞서 국내 업체가 성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앞으로 바이오분야 연구개발이 발전하기 위해선 국내제약기업이 자체 연구개발비를 직접 투자하고 지원받은 신약에 대해 충분한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약업계는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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