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7월 초.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이 만났다. 두 사람은 13살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더 편한 신 회장과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이 부회장에게는 ‘일본어’라는 공통점이 있다.
회동 당시 삼성은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빅딜을 막 마무리지은 시점이었다. 시장에선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 삼성SDI 케미칼 부문 등 남은 화학회사들도 조만간 정리될 것이란 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당장 수익이 나는 사업이라도 그룹의 핵심경쟁력이 될 수 없다면 과감히 정리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이 관측을 뒷받침했다.
삼성의 의중을 알고 있는 신동빈 회장은 당시 만남에서 화학계열사 인수를 이 부회장에게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신뢰관계가 돈독한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빅딜에 합의했다. 이후 작업이 급물살을 타며 4개월 만인 30일 전격 발표됐다.
빅딜 발표와 동시에 롯데그룹은 삼성 화학계열사 임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신동빈 회장이 1990년 한국롯데 경영에 처음 참여한 회사가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이라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며 “인수되는 세 회사 임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에서 떠나는 직원들에 대한 위로금도 관심사다. 지난번 삼성-한화 빅딜 때는 위로금 수위를 놓고 일부 회사가 농성을 벌이는 등 잡음이 많았다. 당시 4개 계열사 직원들은 1인당 2000만~6000만원 상당의 위로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코닝으로 넘어간 삼성코닝 직원들에게는 1인당 1억원에 가까운 위로금이 지급됐다.
삼성SDI가 케미칼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설립하기 위해서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분할승인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과반수 주주가 출석하고 출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는 것과 동시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삼성전자가 2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인데다 회사 가치가 올라간다는 점에서 매각을 긍정적으로 보는 주주들이 많을 것”이라며 “주총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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