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업계 고질적 저작권 침해 논란이 법적 소송으로 번졌다. 창작자와 개발자를 한숨 짓게 만드는 표절, 무단 도용 등에 따른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가 터진 것이다.
SK플래닛은 지난달 30일 카카오 자회사이면서 네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서비스하고 있는 록앤올에 대해 지식재산권 침해 중단을 요청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2일 밝혔다. SK플래닛은 지난 2011년부터 3년 8개월 간 록앤올 측에 T맵 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DB)를 제공했다. 계약기간 대로라면 지난해 중반 T맵 자료를 사용하면 안되는데 록앤올 측이 계속 사용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계약기간 종료 후에도 김기사가 전자지도 DB를 교체할 수 있도록 13개월 유예기간을 줬지만 여전히 T맵 데이터를 쓰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김기사에서 여전히 T맵만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 워커마크’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증거”라고 밝혔다.
SK플래닛은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지역 명칭을 다른 업체들과 다르게 표기했었는데 이런 명칭들이 고스란히 김기사 앱에서 발견됐다는 주장이다. SK플래닛은 김기사에게 5억원을 배상하고 T맵 사용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라고 청구했으나 소비자들의 피해를 감안해 당장 서비스 중단은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록앤올 측은 “계약 종료이후 T맵 데이터는 이미 삭제했다”며 “지역명은 다른 서비스를 참조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록앤올은 국내 누적 가입자만 1000만 명에 달하는 네이게이션 앱 김기사 개발업체다. 올해 카카오에게 626억원에 인수됐다.
록앤올이 T맵 자료를 무단 도용하고 있는 지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모바일 업계 지적 재산권 침해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시장이 급성장하고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다보니 남의 것을 무단 도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국내 콜택시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카카오 택시도 스마트 에코 택시라는 아이템을 선보였던 한 벤처기업 아이디어를 도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커플메신저인 ‘비트윈’으로 유명세를 탄 스마트업 VCNC 또한 표절논란에 쉽싸여 대표가 직접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연인들의 기념일을 알려주는 앱 ‘사랑한지’(Been Together)를 그대로 베낀 ‘사랑한지’(Days Together)를 출시했다가 원작자 항의로 앱 서비스를 중단했다 .
게임업계에서도 지적 재산권 침해가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선데이토즈가 출시한 ‘애니팡2’는 영국 게임사 킹닷컴리미티드 ‘캔디크러시사가’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국과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가이아모바일 ‘도탑전기’는 미국 게임사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워크래프트’ 캐릭터와 배경이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영국 게임사 킹닷컴리미티드는 자사 ‘팜히어로사가’를 아보카도엔터테인먼트의 ‘포레스트매니아’가 표절했다고 주장했는데, 지난달 30일 법원은 “표현 방식이 상당히 유사하고 진행 방식이 동일하다”며 지적재산권 침해를 인정한 판결을 했다.
이종석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원형 아이디어는 같아도 표절 문제가 되지 않지만 소프트웨어 소스코드, 이미지, 캐릭터 등 독창성이 인정되는 표현이 유사할 경우 저작권 침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각종 콘텐츠를 선별해주는 제공하는 ‘큐레이션 앱’이 인기를 끌면서 콘텐츠 생산자의 지식재산권 침해 논란도 잦아지고 있다. 원글 저작권자나 정통 미디어에서 생산해낸 뉴스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고 그에 응당한 이용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얕은 재미’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피키캐스트는 원저작권자가 있는 사진이나 기사를 큐레이팅해 제공하는데, 등장 초부터 저작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에 피키캐스트는 저작권 침해 신고 기능을 만들고, 출처 표시, 원작자 동의 구하기, 링크 걸기, 제휴 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소셜 뉴스 업체 위키트리는 지난 8월 배우 김의성 씨 트위터 글을 본인 동의 없이 기사화해 논란이 됐다. 김 씨는 관련 보도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위키트리 측은 이를 인정하
김찬동 한국저작권위원회 법제연구팀 연구원은 “인용, 시사보도 등과 같은 특정한 목적이 있을 경우 당사자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큐레이션 앱이 이런 목적에 부합하는지는 앞으로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 이선희 기자 /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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