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세포를 잡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지난달 2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바이오제약기업 ‘암젠’이 개발한 바이러스 기반의 항암제 ‘임리직(T-VEC)’에 대한 판매 승인을 허가했다. 임리직은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유전자 변형을 가한 항암제로 이로써 초기 수술 이후 재발한 피부암 환자에게 주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바이러스가 암세포를 파괴하는 현상은 1800년대 처음 보고됐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 환자들에게서 암세포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1950년대 들어 많은 과학자들이 이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암세포와 같은 악성세포는 정상적인 항바이러스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암세포에 침입하면 끊임없는 자기 복제가 일어나면서 결국 암세포가 파괴된다. 하지만 실험 도중 바이러스를 투여한 암 환자들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독성 때문이었다. 연구는 더디게 진행됐다.
바이러스 항암제는 유전자 기술의 발달과 함께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유전자 조작을 활용하면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독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FDA의 승인을 받은 임리직은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독성 유전자를 제거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피부에 물집이 생기거나 구내염, 후두염 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병원성의 활동을 저하시켰다.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 외에, 바이러스 항암제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활발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류주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공학연구소 테라그노시스연구단 선임연구원은 “바이러스 항암제는 ‘면역치료’의 성격이 강하다”며 “몸에 들어온 세균과 이물질을 파괴하는 ‘T세포’를 활성화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임리직도 마찬가지다. 암세포에 침투한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GM-SCF’라는 단백질과 항원(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물질)의 분비를 유도한다. GM-SCF는 ‘수지상세포’와 결합한다. 수지상세포는 바이러스 감염이나 종양 등으로 생긴 비정상적인 세포를 식별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T세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의 암치료 방법은 항암제를 투여해 암세포의 DNA를 파괴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항암제가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분하지 못하고 모두 파괴하기 때문에 면역체계 손상 등의 부작용이 존재했다.
최근 한국 바이오기업 ‘신라젠’이 개발한 ‘JX-594’도 미국에서 임상3상을 시작한다. 변종 우두바이러스를 활용한 JX-594는 간암 말기 환자 30명에게 투여한 결과 저용량을 맞은 15명은 평균 6.7개월, 고용량을 맞은 15명은 평균 14.1개월 더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바이러스 투여를 중단해도 암세포가 늘어나지 않는 환자가 발견됐다. 항체가 생성돼 암세포의 증식을 스스로 막은 것이다. 황태호 양산 부산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은 “JX-594와 임리직은 바이러스만 다를 뿐 면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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