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학생이든 직원이든 사람을 뽑는 역할을 맡게 되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있다. ‘제일 기뻤을 때‘와 ‘그 때만큼은 정말 좋았다’라고 하는 기억이 있느냐이다. 이른바 향수(鄕愁)다. 영어로는 노스텔지어. 사전적으로는 긍정적인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단순히 그리움만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하나 더 있다. 그 과거를 다시 한 번 경험하고픈 소망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힘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고 하지 않았는가. 과거의 긍정적인 기억이 강한 사람은 미래에 그 긍정을 다시 한 번 경험해 보고픈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그리고 그게 다일까?
이를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해 온 사람 중 하나가 영국 사우스햄턴 대학의 심리학자 제이콥 율(Jacob Juhl) 교수이다. 그는 이른바 과거의 힘, 즉 향수가 가지는 역할에 오랜 동안 연구를 진행했다. 그의 수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긍정적인 과거에 대한 단순한 회상만으로도 현재와 미래에 다양한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한다.
간단한 실험 예 하나만 들어보자. 사람들에게 지난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한 쪽 사람들에게는 ‘아, 그때가 좋았다‘라고 하는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다른 쪽 사람들에게는 특정한 시점을 정해주고 그 시점 전후로 일어났던 일을 떠올리게 했다. 즉 전자는 향수를 후자는 단순한 일상적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그런 다음 두 그룹 모두에게 타인과 협력이 필요한 일들을 부여한다. 결과는 매우 놀라왔다. 긍정적 과거에 대한 향수를 떠올렸던 사람들이 협력이 필요로한 일에 훨씬 더 적극적으로 몰입하고, 잘될 수 있다는 신념도 더 강하게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의 결과가 더 좋은 것은 당연하고 말이다. 더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런 향수 자극의 효과가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이 아닌 나만을 위한 일에 대해서는 별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과거의 긍정적 경험을 좀 더 구체적으로 쓰게 만들었다. 한 그룹에게는 단순히 과거의 좋은 일을 다른 그룹에게는 다른 사람과 있었던 좋은 일을 말이다. 전자도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더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게 만들었지만 후자는 거의 최고 수준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과 공감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람이든 조직이든 ‘과거에 다른 사람들과 보람을 느끼면서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기억’을 되새길 수 있다면 미래를 위해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그 향수를 중요한 일을 앞두고 되새겨 줄 필요가 있다.
이 사실을 감안하면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우리의 기업이나 조직들은 그런 과거의 성취 기록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그 성취의 산물만 역사적 결과물로 가지고 있고 그 결과를 내어놓기 위해 얼마나 서로 땀 흘리고 협력했는가에 관한 기록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과물에 치우친 기록은 왜곡되고 오해받기 쉽기도 하겠지만 향수를 불러일으켜 미래를 향한 에너지를 다시 만드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더 큰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측면이 하나 있다. 바로 효능감(efficacy)이라는 것이다. 심리학에 자주 나오는 효능감은 쉽게 말하자면 자신감이다. 잘 될 것이라고 하는 긍정적 마음가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율 교수의 연구 결과가 효능감이 높은 집단에서만 나타났다는 것이다. 즉 향수를 자극해 더 협력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낙관적이고 긍정적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서만 관찰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자, 이제 리더의 역할은 더더욱 분명해진다.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을 자신감 있게 만들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재를 밝게 해주어야 하며 현재를 칭찬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과거의 긍정을 떠올리게 해 주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의 긍정과 자신감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서 과거의 긍정을 아무리 떠올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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