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등학교 교사 미셀(37)씨는 6개월 전 류마티스 관절염 판정을 받았지만 학교로 복귀했다. 손가락, 손목, 발목 등 작은 관절부터 주로 아팠고 전신피로감 등을 동반해 일상 생활이 힘들었다. 병원을 찾아갔더니 관절을 싸고 있는 얇은 막인 활막에 만성 염증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외부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면역세포가 자신의 관절을 스스로 공격해 염증과 통증을 유발한 것이다. 전형적인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이었다. 결국 일주일에 2번 자기 손으로 스스로 주사 바늘을 찔러야 하는 처방을 받았다. 어느새 주사공포증(needle phobia)으로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그러나 미셀은 최근 일상으로 복귀해 일주일에 2일이나 야간 캠프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치료제를 주사가 아닌 먹는 약을 선택한 의료진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그는 “주사제 보다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없어 내년 여름엔 풀타임으로 다시 일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스코 모스콘센터에서 개막한 미국류마티스학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먹는 류마티스 관절염 표적 치료제인 ‘젤잔즈’를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인정했다. 먹는 약으로 치료가 가능해져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기존 치료제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인 환자에서도 효능이 입증됐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증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은 단백질을 배양한 바이오의약품을 처방받아 왔는데 바이오 의약품은 분자가 크기 때문에 주사를 통해서만 투여할 수 있었다.
프랑스 의학물리학자 해밀톤.J.G.에 논문에 따르면 3326명의 바이오 의약품을 처방 받은 환자를 조사한 결과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중 44%는 스스로 맞는 주사에 대해 자신 없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아픔만이 이유는 아니다. 복부나 허벅지에 주사해야 하는데 환자에게 심리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관절 변형도 진행되기 때문에 점점 자가 주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허진희 한국류마티스관절염 환우회 회장은 “처방받은 후 냉장 보관해야 하고 일정한 시간에 맞아야 하기 때문에 여행 등 외부 일정이나 사회 생활을 하기에도 번거로움이 있다”며 “환자들이 질환으로 괴로워 하지만 그중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찌를 곳이 없다’는 어려움을 얘기한다”고 말했다.
당연히 먹는 치료제의 등장은 환자들과 의료진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젤잔즈는 1일 2회 물과 함께 삼키는 알약 형태다. 이번 학회에선 하루 한번 복용만으로도 효능을 볼 수 있다는 임상 결과도 나왔다. 또 장기간 치료했을 때의 효과와 안전성을 본 연구에서부터 경제성 평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학회에서 발표됐다. 이 결과는 전세계 의사들의 처방에도 영향을 미치는 가이드라인에까지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우리나라도 이 약을 허가했지만 일부 환자들만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아직까지 보험급여 혜택은 다른 주사제를 사용 후 실패해야만 받을 수 있게 한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류마티스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향후 보험급여 적용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제약업계는 신약 허가 건수 등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지만 기존 약보다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려는 시도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치료 효과 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느끼는 불편이나 공포까지도 신약개발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기술 수출한 당뇨 신약 기술의 경우도 투여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 실제 약가를 평가하기 위해선 다양한 지표가 사용되는데 환자의 수명을 얼마나 늘려주고 연장된 삶의 질은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질 보정 수명(Quality Adjusted Life Year·QALY)’이 갈수록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점점 먹는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다발성경화증 치료제인 젠자임 ‘오바지오’다. 이 약이 등장하면서 이틀에 한 번은 주사를 맞아야했던 희귀병 환자들이 그 고통을 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습진치료제 ‘알리톡’도 먹는 약이다. 이 약은 그동안 바르는 약에 의존하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인정받아 최근 국내에서도 보험 급여를 인정받았다.
국내 제약사들도 기존 주사 치료제 등 보다 사용 하기 편한 먹는 약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화제약은 위암 치료제의 임상3상을 최근 종료했다. 이 약이 출시된다면 세계 최초의 먹는 위암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진제약도 먹는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샌프란시스코(미국)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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