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은 한국의 얼굴이죠. 한국을 관광국가로 키우려면 ‘분산’보다는 ‘집중화’가 필요합니다”
도시 전체가 면세지역이라 쇼핑 천국이라 불리는 홍콩. 그 중에서도 침사추이는 하버시티와 캔튼 스트리트 등 명품 쇼핑구역이 즐비한 핵심 지역이다. 침사추이를 중심으로 북쪽에는 레이디스 마켓, 템플마켓 등 볼거리 가득한 재래시장으로 이어진다. 이 중에서도 쇼핑의 성지라 불리는 곳은 침사추이 내에 위치한 DFS T 갤러리아 면세점이다. 도시 전체가 면세구역인데도 불구하고 굳이 침사추이를 방문해 면세점을 찾아가게 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면세점에는 관광객이 구매하려 하는 쇼핑 리스트가 한 공간에 모두 모여있고 쇼핑을 마치고 나면 도보로 재래시장을 포함해 홍콩의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홍콩을 찾는 목적이 쇼핑이라고 해도 하루 종일 쇼핑만 하기를 원하는건 아니예요. 먼저 원하는 쇼핑 목록을 다 갖추고 있는 면세점에서 필요한 쇼핑(목적구매)을 끝내고 이후 도심 주변의 관광지와 맛집, 유명 쇼핑몰 들을 방문하며 즐기는 거죠. 우리나라를 찾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성영목 신세계 DF 사장은 홍콩의 ‘도심 관광 경쟁력’에 주목하고 유커들이 지속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하기 위한 해법을 홍콩 침사추이에서 찾았다. 지난 2012년 아시아 최고의 쇼핑도시로 선정되기도 한 침사추이는 면세점과 명품구역, 재래시장, 대형복합 쇼핑몰 뿐 아니라 홍콩의 10대 관광지 중 4개 관광지(스카이라인,빅토리아하버,홍콩역사박물관,스타의거리) 등과 맞닿아 있다. 성 사장은 “한국도 관광객 쇼핑 거점인 면세점을 도심 외곽으로 분산시킬 게 아니라 오히려 홍콩 침사추이처럼 면세점을 중심으로 도심관광 생태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 도심인 명동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서 신세계가 내 놓은 전략은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관광객을 분산하기보다는 서울 도심의 관광·쇼핑시설을 체계적·집약적으로 만들어 유커를 포함한 관광객들이 도심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는 총 530억원을 투자하고 중구청, 지역상권 등과 협업하기로 했다. 우선 한국은행 앞 노후한 분수대를 서울판 ‘트레비 분수’로 조성하고 주변을 관광객들의 쉼터로 만든다. 분수광장 주변의 지상·지하보도 보행환경도 개선해 도보로 한국은행·화폐박물관-중앙우체국·우표박물관-분수대-신세계백화점-남대문시장-남산길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관광코스를 만들겠다는 게 신세계의 복안이다.명동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남대문 상권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전자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폴 거리’ 도 만들 계획이다. 또 회현 지하쇼핑센터를 리뉴얼해 도보 이동 중에도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면세점(신세계 본점 신관)과 근접한 남대문 시장 내에는 ‘한류 먹거리 특화거리’를 조성한다. ‘도깨비夜! 시장에서 놀자!’프로젝트를 통해 남대문 시장을 한국을 대표하는 야시장으로 개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성 사장은 “뉴욕도 미국 내에서 최고의 관광지이지만 뉴욕 쇼핑명소 474개 중 80%인 377개소가 중심부인 맨해튼에 위치해 있다”며 “서울의 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명동·남대문 지역도 서울 방문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찾고 있는 필수코스로 관광자원과 쇼핑시설 복합 개발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20%에 불과한 요우커의 재방문율을 높여야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내 놓은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서울 관광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로‘쇼핑을 제외한 관광콘텐츠의 부족’이라는 답변이 57%로 가장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실제 올해 9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95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줄었다. 특히 최근 쇼핑업계의 ‘큰손’이라고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탈 한국’이 가시화 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방한 중국인은 7% 줄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등 특수 상황이 있었다지만 이웃나라 일본을 찾는 중국인이 같은 기간 100%이상 늘어난 것을 감안해봤을 때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성 사장은 “최근 일본 도쿄 내에서도 인구
[이새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