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 인구 비중이 높은 강원도 횡성군은 만 70세 이상 노인에게 설, 추석 등 명절 때마다 어르신 공경 효수당을 5만원씩 지급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보건복지부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 젊은 층들이 많이 사는 성남시의 경우 3년 이상 거주한 19~24세 청년에게 연간 배당금 100만원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취업준비생들에게 월50만원씩 청년 수당 지급을 발표했다.
내년 4월 총선 등 정치 시즌이 닥쳐오면서 표심을 의식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선심성 포퓰리즘이 난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부터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매달 최대 20만원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소득과 재산을 보유한 노인이라도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실제 받는 노년 수당은 다르다. ‘장수축하금’, ‘효도수당’ 명목으로 일부 지자체에서 노년층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9일 “지자체 복지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자체 복지 사업에 대한 점검과 견제 수단이 존재하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이때문에 복지 정책이 남발되고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향을 띤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 6월 감사원 적발 사례만 봐도 두드러진다. 올해 전남 지역 한 지자체는 87세 이상 노인 810명에게 매달 1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지급하려고 올해 이 지자체가 편성한 예산은 9억7000만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예산을 2배로 늘린 것인데 장수수당을 5만원에서 한꺼번에 10만원을 늘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불과 9.2%에 그친다. 전국 246개 지자체 가운데 196위로 꼴찌 수준이다. 지자체 재정 대부분을 중앙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는 상황에서 지자체장은 ‘장수수당’을 2배로 늘렸다며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셈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아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포퓰리즘성 정책에 매달리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예산이 풍족한 지자체들의 선심성 공약을 잇따라 홍보하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할 수 밖에 없는 현실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광역단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1위다. 하지만 남는 재정으로 최근 취업준비생 청년 수당 월 50만원 지급 등 선심성 수당 지급에 나서면서 2017년 대선용이란 눈총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3년 이상 거주한 19~24세 청년에게 연간 배당금 100만원을 지급한다고 했던 성남시 역시 재정자립도가 올해 56.2%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청년 인구 비중이 높은 서울시와 성남시가 ‘청년 수당’을 지급해 ‘표심’을 끌어모으고 있는 가운데 노년 인구 비중이 높은 지자체들도 이에 질세라 ‘기초연금’과 별도의 자체 노년 수당을 지급하며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일부 지자체가 ‘포퓰리즘 수당’을 도입하면 인접 지자체로 도미노처럼 확산된다는 것이다. 이 지차체에 인접한 A군은 90세 이상 장수특별수당을 도입하려 했으나 재정 부담을 이유로 좌초됐으며 B군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효수당’을 지급하려 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 모두 재정자립도 하위권에 맴도는 지자체로 재정 자립도가 10% 안팎에 그친다.
뿐만 아니라 서울 C구는 정부의 주거 급여와 지자체의 주거 환경 개선 사업 외에도 추가로 저소득층 주민을 대상으로 해충박멸 사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는 모두 같은 용도로 쓰이는 사회보장성 예산을 별도로 편성한 것인데 지자체의 ‘포퓰리즘 도미노’로 나라 곳간만 비어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유사하거나 중복인 사회보장사업을 정비하도록 권고하고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정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렇게 만들어진 재원을 통해 지자체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해 자체 사회보장사업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서 ‘포퓰리즘 도미노’로 구멍난 예산을 메우는 동시에 정부가 이를 통해 확보한 예산으로 보다 효율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위원회 관계자는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하거나 중복인 것으로 판단되는 지자체 사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지역 실정에 맞도록 복지정책 정비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정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컨설팅을 실시할 예정이며 우수 지자체는 포상할 방침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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