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해외순방길에 나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G20와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ASEAN(아세안)+3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연쇄 다자외교 무대에서 각국과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공조를 이끌어내는 것을 핵심 목표중 하나로 정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최근 한국의 TPP 가입이 늦춰진 원인에 대해 분석작업을 마무리하고 잠재적 가입국들과 공조를 통해 TPP 참여에 속도를 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이번 순방때 참석하는 정상 가운데 상당수가 TPP에 이미 가입했거나 가입을 추진하는 국가의 정상들”이라며 “다자외교 무대에서 이들과 양자 내지는 비공식 만남을 갖고 TPP 공조문제를 본격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순방의 마지막 일정인 아세안+3 정상회의 멤버국 상당수가 G20과 APEC 정상회의에도 참석한다. 한국 중국 일본은 3개 회의 모두 참석하며 아세안 10개 회원국중 인도네시아 역시 아세안뿐 아니라 G20 APEC 멤버다. 다른 아세안 회원국중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은 APEC 멤버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이 가운데 TPP 가입 의사가 강한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과 함께 협상파워를 높이기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미 TPP에 가입한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등에도 한국의 TPP 가입과 관련해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1차로 12개국이 참여한 TPP는 GDP(국내총생산) 규모만 28조원달러(한화로 약 3경1584조원)로, 전세계 GDP의 40%를 차지하는 사상 최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그러나 한국은 TPP 창립 회원국 가입이 불발된 상태다. 창립 회원국은 미국 일본 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멕시코 칠레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다.
청와대는 한국의 TPP 가입이 늦어진 원인 등에 대한 자체 분석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TPP 가입 지연 이유는 크게 세가지라는게 청와대 설명이다.
첫째는 전임 이명박 정부의 광우병 트라우마다. TPP 가입문제는 이명박 정부 말기에 이르러 표면화됐다. 이와 관련해 한 소식통은 “한미간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됐는데 또 미국과 뭘 맺느냐는 비판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었고, 이 경우 또다시 광우병 집회 같은 대규모 소용돌이가 일어날 것이란 우려감이 당시 정권 내부에 팽배했다”며 “어차피 정권 말기였던 만큼 결정을 보류했었다”고 밝혔다.
두 번째 이유는 아베 총리 취임 이후 껄끄러워진 한일 관계다. 한국이 TPP에 가입하면 사실상 일본과 FTA를 체결하는 셈인데 이에 대한 국내 여론을 감안한 것이란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간에 체결됐던 통화 협력(통화스와프)마저 없던 일로 하는 판이었는데 일본과 사실상 FTA 효과를 내는 그런 다자협정에 가입하는게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그렇게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속도감있게 성사되리라고 예상치 못했던 측면도 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큰 장애물 없이 미국 등과 협상을 신속하게 끌고 나가는 것을 보고 내심 의외라 생각했던게 사실”이라며 “아베 총리는 한국 대통령과 달리 의회 장악력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아닌가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이유는 한국 기업들의 부담감이다.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 일본과의 사실상 FTA가 큰 이득이 없다는 의견을 여러 채널을 통해 전해왔다는 설명이다. 한 소식통은 “국내 기업들 반대와 우려감이 큰 것 같다.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일본과 자유무역이 이뤄지면 일본이 보다 유리하고 한국 기업에겐 득될게 많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기업들은 TPP 가입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일본과 문제에 있어선 보다 정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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