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3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지역 주간지 발행인과 음악 축제 제작자가 모였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의 이름을 본따 음악가와 작곡가, 제작사 등 700여명이 모이고 악보, 계약서 같은 서류들을 전시하는 지역 축제가 개최됐다. 이것이 오늘날 전세계 50개국 2만여명 음악·IT 관계자들과 2000여명의 뮤지션이 모이는 융복합 창조페스티벌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 South by Southwest)’의 시작이었다.
제주 천혜의 환경과 문화예술, 농업, 관광, IT, 그리고 사람을 잇는 창조적 도전이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 14일 전국에서 3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제주시 제주벤처마루에 위치한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모여들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최한 ‘제주 더 크래비티(Cravity)’는 제주에서의 비즈니스 모티브 공유 통해 네트워크 강화하기 위해 기획됐다. 제주에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추진하고 있는 창업가와 도내외 참가자 300여명을 연결시켜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다. 크래비티는 창의적(creative)과 중력(gravity)의 영어 단어를 더해 창의적 중력으로 여러 사람을 끌어모은다는 의미다.
13일 오프닝 파티를 시작으로 14일 제주도내 창업가 10명의 ‘제주에서 만나는 창의적 비즈니스’ 사례 발표 컨퍼런스, 15일은 컨퍼런스 연사들의 비즈니스 공간을 함께 둘러보고 소규모 네트워킹을 하는 라운드 트립 등 2박 3일간 행사가 진행됐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 문주현 제주문화카페 ‘왓집’ 공동대표, 방승철 제주평화축제위원장, 박소연 행복한요리농부 대표, 이금재 티는사람 공동대표, 강경환 싸우스카니발 리드보컬, 홍창욱 마을기업 무릉외갓집 실장, 송정희 글로벌지역신문 제주위클리 편집인, 신치호 폐자재 퍼포먼스그룹 Re 대표, 정신지 제주할망전문 인터뷰어 등이 연사로 나섰다.
가장 먼저 무대에 선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은 “미래에 가치를 지닌 일은 새롭게 만들어내는 ‘창조’와 누군가를 사랑하는 ‘돌봄’, 여러 사람을 소통시키는 ‘연결’ 등 세 가지가 될 것”이라며 “좋은 환경, 창조적 기업과 사람이 있는 제주가 미래 비즈니스의 좋은 테스트베드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컨퍼런스의 포문을 열었다.
50여명의 제주 이주민들의 제주살이를 풀어낸 ‘제주 살아보니 어때’의 저자 홍창욱 씨도 연단에 올랐다. 홍 씨는 제주 마을기업 ‘무릉외갓집’의 실장으로 일하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제주 무릉리 마을공동체에서 생산된 제철 농산물을 선불을 받고 육지에 보내는 ‘연결’하는 일을 맡고 있다. 무릉외갓집은 성공적인 마을 영농조합법인으로 손꼽힌다. 2011년 8300만원이던 매출이 올해 6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했다. 2014년엔 행정자치부의 ‘우수 마을기업상’, 2015년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직거래 우수상’은 물론 제주도 지사상과 의장상 등을 잇따라 받았다. 홍 씨는 “제주는 누군가의 꿈을 이루는 곳이자 삶과 여행의 중간이랄 수 있는 곳”이라며 “사람을 만나고 변하는 만큼 내 것이 된다. 여러분이 꿈을 지향해 실행에 옮기고, 누구보다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제주도에서 6번 크고 작은 사업 실패를 겪은 30대 청년 창업가 이금재 티는사람 대표도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걸 좋아한다는 이 대표는 제주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제주 정보 공유 커뮤니티인 ‘일로와 제주’를 시작했다. “최근 플리마켓 붐이 많이 일어나서 정보를 모아 콘텐츠를 만들었더니 네이버 메인에 걸리더라”고 소개했다. 비즈니스 모델로는 ‘사람’을 소개하고 연결하는 ‘일하러와 제주’를 만들었다. “제주에서 크고 작은 MICE 행사들이 열리는데, 행사 운영 요원을 구하기가 힘들다”면서 “학생들을 모집하고 관리 대행을 시작해 올 초 열린 전기자동차 엑스포 때는 10일간 500명 행사운영요원 모집관리를 마쳤다”고 밝혔다. “처음엔 자체 플랫폼을 구축할 돈이 없어서 페이스북을 활용했는데, 이제는 나름 플랫폼을 준비해 내년 1월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사를 주관한 전정환 제주 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다음의 이주를 시작으로 제주에 하이테크 기업들이 이주하고 있다. 문화 이주자도 많고 제주에서도 변화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간 연결이 부족하다”고 현 상황을 평했다. 그는 “제주 더 크래비티는 ‘문화와 IT가 융합된 동아시아 창조허브 구축’을 위해 도내외 혁신주체 간 개방형 네트워크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프로젝트”라며 “이렇게 서로 연결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통해 제주가 창조의 섬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센터 측은 장기적으로는 ‘제주 더 크래비티’ 행사를 한국판 ‘SXSW’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SXSW는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매년 3월 열리는 음악·영화·ICT 페스티벌이다. SXSW는 당초 음악 영화 축제였던 것이 최근 소프트웨어 문화강연이나 게임, 콘퍼런스 등
[제주 =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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