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뿐만이 아닙니다. 하루 하루 피가 마릅니다. 면세점들보다 더 많은 투자비 8500억원이 고스란히 매몰될텐데요.”
내년에 15년간의 임대기간이 만료되는 주파수 대역에 대한 정부의 처리 방안을 놓고 SK텔레콤 관계자가 한 말이다. 다음달 중에 미래창조과학부가 SKT가 사용중인 2.1GHz 대역에서 60MHz 구간에 대해 경매에 부칠 지 아니면 재할당할 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용 주파수는 정부가 8~15년동안 통신사업자에 임대하는 대표적인 재승인 사업이다. 농부에게 논밭의 상태·면적이 작물의 생산량을 결정짓듯, 주파수는 통신업체의 미래사업을 좌우한다.
2.1GHz는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LTE 통신용으로 통신업계에서는 ‘황금 주파수 대역’으로 부르고 있다. 현재까지 60MHz 가운데 40MHz는 SKT에 재할당하고, 20MHz는 회수후 경매에 부치는 방안이 유력하다. 갖고 있던 20MHz 주파수를 뺏기게 된 SKT 입장에서는 ‘전세기간 끝났다고 세입자를 내쫓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가입자가 늘고 있는 주파수를 정부가 회수해 재경매에 부친 사례는 국내외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주파수는 국가 자산인 만큼 회수후 재경매에 부쳐 수조원의 정부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또 한 사업자가 황금주파수를 계속해서 보유할 경우 다른 사업자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면세점 특허에 이어 주파수와 홈쇼핑 등 몇년을 주기로 돌아오는 사업권 재승인 문제 때문에 기업들이 피를 말리고 있다.
특히 방송시장은 정부의 재승인 권한이 그야말로 ‘생사 여탈권’과 직결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막말 등에 대해 벌점을 두배 강화하는 내용의 ‘방송평가 기준’ 강화에 나선 데 대해서도 내년 총선을 앞둔 ‘방송 길들이기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다. 3년마다 방통위 재승인을 받는 방송사로서는 정부 눈치를 안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협력업체에 갑질 논란을 빚었던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미래부에서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서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장은 “정부가 시야를 국내에만 한정 지어서는 안된다”며 “차라리 많은 기업들을 인허가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해 경쟁을 유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말했다.
[서찬동 기자 /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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