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초 한중 FTA 발효에 따른 농어업 분야 피해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고 추계한 예산은 내년부터 2025년까지 농림분야 1595억원, 수산분야 3188억원 등 총 4783억원이었다.
지난달 30일 매일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한중 FTA비준에 따라 여야정이 합의한 추가 보완대책으로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지원될 예산은 ‘1조6228억원+ 알파’ 다.
연내 비준을 위해 여당과 정부가 야당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무려 3.5배나 급증한 것이다.
농어민의 표심을 의식해 국회가 퍼주기식으로 예산을 확대한 부분도 있겠지만 정부가 과연 처음부터 피해대책 예산을 제대로 추계한 것인지 의심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 10년간 FTA 피해보상대책으로 투입한 예산은 30조원에 이르고 있다. 30조원 가량 투입됐지만 예산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어디로 갔는지 알수가 없다. 농업분야의 경쟁력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고 내년에도 올해 풍년에 따른 쌀값 급락으로 인해 쌀 직불금 등의 명목으로 막대한 예산을 정부는 보조금 형태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중 FTA 비준을 위해 정부와 국회는 또다시 선심성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우선 야당이 주장하던 무역이득 공유제의 대안으로 정부와 국회는 민간기업, 공기업, 농협, 수협 등이 자발적으로 낸 기부금을 재원으로 매년 1000억원씩 총 1조원의 농어촌 상생협력·지원사업 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조성된 기금은 농어촌 자녀 장학사업, 의료·문화 지원 사업, 주거생활 개선사업, 농수산물 상품권 사업 등을 수행하는데 활용된다.
기금 운영은 대중소기업 협력재단에서 맡는다. 특히 자발적 기금액이 연간 목표에 미달할 경우에는 정부가 그 부족분을 충당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방침이다. 명칭만 무역이득 공유제에서 기금 형태로 바뀌었을 뿐이지 당초 야당이 도입을 주장했던 무역이득공유제와는 크게 다를 바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초 야당은 일정금액을 기업으로부터 환수하는 조세방식으로 무역이득공유제를 운영하자고 주장하며 비준일정을 늦춰왔다. 정부와 여당은 무역이득공유제 대신 기금조성을 제안해 여야정간의 합의를 통해 직접 세를 걷는 대신 기업들이 돈을 출연해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목표금액에 미달할 경우 정부가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합의문에 명시한 만큼 기업들 입장에서는 반 강제적으로 기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고, 세금 못지 않은 준 조세가 될 수 있다고 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중 FTA로 대중 수출이 활력을 찾고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상황에서, 기금 조성을 통한 기업 발목잡기는 결국 기업의 의욕을 꺾고 기대하던 경제적 효과를 반감시킬 수 밖에 없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림어업의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2.3%에 불과한데 이 분야에 1조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입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무작정 보호막을 치기보다는 산업경쟁력 확보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쌀 직불금으로 인한 과잉공급도 반시장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박준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이행지원센터장은 “한중 FTA 협상에 쌀이 제외되었기 때문에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분야가 바로 밭농사였다”며 “밭농업 고정직불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면서 밭농사와 논
[서동철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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