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26개 시·군·구 지방자치단체에 부여된 지방세 세무조사권을 다시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지방소득세법 개정안이 야당 반대로 국회에서 전면 심의 중단됐다. 국세청에 이어 지자체까지 여러 곳으로부터 동시다발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어 기업들 사이에 중복 세무조사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지자체가 갖고 있는 세무조사권한을 다시 국세청으로 일원화해 중복 세무조사를 금지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 심의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행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야당이 세무조사권한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면 안된다는 시·도지사협의회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반대했다”며 “결국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개정안 논의는 무산됐고, 다음 임시국회에서도 안건으로 잡힐지 불투명해졌다”고 밝혔다.
앞서 2013년말 지방세법 개정에 따라 올해 4월 신고분부터 지방소득세 금액을 매기기 위해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가게 돼 자연스레 세무조사권한도 지자체가 갖게 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지방소득세를 사업장 소재 지자체에 일일이 신고·납부해야하고 국세청과 지자체로부터 이중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종전에는 국세청만을 상대로 과세처분 적법성을 다투면 됐지만 현행 체계에서는 사업장이 소재하는 모든 지자체를 상대로 불복청구를 제기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들이 지자체별로 제기한 하급심 재판 결과가 서로 다를 수도 있게 됐다. 또 기업들이 지자체에 내야할 신고서류가 종전 ‘안분신고서’ 하나에서 ‘과세표준신고서’ ‘세무조정계산서’ 등 5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기업들의 중복 세무조사에 대한 우려와 서류 제출 부담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7월초 안행위 소속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과세표준 결정과 세무조사권을 종전처럼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안행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세무조사권 박탈은 지방자치 퇴보”라는 이재명 성남시장 등 자치단체장들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 법 개정에 반대했다. 또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정해서 법을 개정하려고 하느냐”며 정부와 여당의 법 개정 논리를 반박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가 각 지자체에 ‘내년말까지 세무조사를 유예해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낸 지난 4월 이후에도 중복 세무조사 사례가 등장했다. 실제 경북 영천시에 있는 한 기업은 작년 가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데 이어 몇달전 경북도로부터 지방세 관련 세무조사를 또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들은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들에 의한 중복 세무조사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법인에 이어 2017년부터는 500만명에 달하는 개인사업자까지 모두 중복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되는데 상공인들이 현실적으로 감내하기 어렵다”며 “과도한 세무조사 부담도 문제지만 각 기관이 서로 다른 과세표준 금액을 결정할 경우 납세자는 물론 국가행정에도 큰 혼란이 초래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29일 대한상의가 발표한 ‘조세정책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업을 제외한 코스피 상장기업300개 업체를 대상 조사에서 기업 10곳 가운데 9곳(89.9%)은 지자체 중복 세무조사가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달 5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18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5 중소기업 세제세정 애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77.2%가 현행 지방소득세 납부방식과 중복세무조사 가능성에 대해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를 막기위해 국세청과 지자체 중복 세무조사를 금지하는 법안에 대한 찬성한다는 응답도 74.9%에 달했다.
지방정부가 직접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글로벌 입법 추세와도 동떨어져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법인소득에 대해 지방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 일본 미국 캐나다 등 8개국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와 지방소득세 제도가 유사한 일본은 국세청만 과세표준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 연방국가인 캐나다는 세무조사를 포함한 세무 행정 전반을 연방정부 국세청에 일임하고 있다.
한편 안행위의 심의 중단을 놓고 내년 총선을 의식해 의원들이 몸을 사린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부가 취득세 영구인하로 인해 어려워진 지방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지난 2013년 말 지방소득세 과세제도를 개편할 당시에도 지자체장들의 주장에 밀려 졸속 심사후 통과된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에도 전국 시도단
[조시영 기자 / 이상덕 기자 / 안병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