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던 60대 남성 A씨는 얼마 전부터 오른 팔과 다리가 미세하게 떨리더니 팔 움직임이 둔해지고 글씨를 쓰기 불편해졌다. 단순한 노화현상이겠지라고 생각하고 찾아간 병원에서 파킨슨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신경 퇴행성 질환 중 하나로 알려진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노령 인구가 늘면서 발병률이 증가추세에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파킨슨병 진료인원은 8만4,771명으로 5년새 36%나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파킨슨병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은 뇌의 흑질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세포이상으로 인해 도파민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해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이다. 손톱크기의 흑질이 망가졌을 뿐인데 증상은 온몸으로 나타나며, 가만히 있어도 떨림이 나타나고 몸이 둔해지고 원하는 움직임을 못하게 된다.
파킨슨병은 뇌신경 세포가 파괴되고 수년이 지나야 초기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증상이 미미하게, 그리고 천천히 진행하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정상적인 노화현상이라고 생각하고 병을 인지하지 못해 수년간 병을 방치하게 된다.
그러나 파킨슨병은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증상은 악화된다. 또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운동장애가 점점 진행돼 걷기가 어렵게 되고 정신증상 및 자율신경계 증상도 나타나 일상생활을 하기 어렵게 된다.
전범석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렵지만, 초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운동을 병행한다면 증상을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며“증상이 의심된다면 숨기거나 피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적극적인 치료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에 따르면, 파킨슨병의 주 증상은 진전, 서동, 강직, 자세이상증으로 나타난다. 파킨슨병 진전(떨림)의 주된 특징은 움직이거나 자세를 취할 때보다 가만히 안정된 상태에서 나타난다. 떨림은 수면 중에는 없어지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도가 증가하며, 환자가 떨림에 집중을 하는 경우 감소되는 경향이 있다. 서동(느린 움직임)은 얼굴 표정이 줄어들고 목소리가 작고 어눌해지거나 글쓰기 장애 등 행동이 느려지는 현상이며, 앉았다 일어나는 행동에 장애가 일어나기도 한다. 강직은 관절을 구부리고 펼 때 뻣뻣한 저항을 나타내는 현상으로 거의 대부분의 환자에서 발생한다. 자세 이상증은 파킨슨병 환자의 대표적인 특징적 현상으로 몸 전체가 굽어있어 엉거주춤한 자세를 보이며 반사 능력이 소실되어 잘 넘어지게 된다. 자세이상은 병의 초기보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나서 나타난다.
전범석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들의 증세는 다양하게 서서히 나타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파킨슨병 치료법이 없을 때와 비교해보면, 현재 파킨슨 환자들은 적극적인 치료로 생존율과 일의 수행능력 부분에서 뛰어난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대부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에 대한 완치법이 없다 보니 환자들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게 되면 절망적인 상태에 빠지고, 여러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대체 의학을 찾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효과적으로 증상을 관리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려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파킨슨병 치료는 약물치료와 운동요법, 생활습관 개선을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약물 치료는 환자 개개인을 고려해 뇌에서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처방이 된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이 운동이다. 병이 진행되면 운동을 하기 어려워지지만,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 운동을 꾸준히 해야 약물치료와 시너지 효과를
전범석 교수는 “파킨슨병 치료는 장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자가 긍정적인 마인드로 치료에 임해야 하고, 또한 파킨슨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와 보호자에게 끊임없는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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