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대는 장난꾸러기’
사람들은 자동차에서 얼굴을 찾는다. 헤드라이트와 범퍼가 함께 어울러지는 모양이 꼭 사람의 얼굴에서 눈과 입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뉴 푸조 308 1.6은 장난꾸러기의 얼굴을 하고 있다. 운전자에게 ‘어서 빨리 올라타봐’라고 도발하는 듯한 표정이다. 같은 해치백 시장의 대표 주자격인 폭스바겐의 골프가 점잖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개구진 표정과 다르게 전체적인 차체는 무난한 느낌으로 디자인됐다. 길이 4.2m, 폭 1.8m의 콤팩트한 크기에 낮은 차체로 해치백 특유의 스포티한 감각을 살렸다. 보닛에서 차량 후면으로 떨어지는 바디라인은 단단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차량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은 크롬으로 감싸 깔끔한 느낌을 준다. 206, 207을 거치면서 푸조의 디자인은 과하다고 비판을 받았던 것을 의식한 듯 싶다.
장난꾸러기의 도발에 넘어가 차에 처음 탑승하면 비행기 조종석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눈에 뜬다. 가죽으로 트리밍된 스티어링 휠은 최대 직경이 351mm로 일반적인 스티어링 휠의 3분의 2 크기에 불과하다. 계기반은 스티어링 휠보다 위쪽에 배치돼 주행 중 시선의 이동을 최소화했다.
옆으로 눈을 돌리면 차량의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9.7인치 대형스크린이 보인다.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기타 차량 설정 등을 할 수 있다. 푸조 관계자는 “비행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콕핏(i-Cockpit)’ 인테리어로 운전자는 마치 기장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양평까지 뉴 푸조 308을 몰고가는 동안 뛰어난 동력 성능을 감지할 수 있었다. 308은 푸조의 새로운 디젤 엔진 Blue HDi를 장착한 모델이다.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키는 디젤 엔진으로, 기존 푸조의 e-HDi 엔진의 뛰어난 효율과 HDi 엔진의 다이나믹한 퍼포먼스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16.2km/ℓ(도심 15.2km/ℓ, 고속 17.7km/ℓ)의 고연비에 더해 119g/km의 낮은 CO2 배출량으로 환경에 대한 고려까지 놓치지 않았다.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m의 탁월한 파워를 자랑한다. 변속기는 6단 자동변속기 EAT6를 채택했다. 강력한 토크로 가속이 매끄럽게 잘 이뤄졌고, 변속기의 반응 역시 빨랐다.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 역시 남달랐다. 디젤 차량에 장착된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이 종종 너무 강한 진동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과 달리 정숙했다. 모 SUV를 시승하던 도중에는 강한 진동이 거슬려 기능을 꺼버리기도 했는데 308의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은 켜져 있다는 사실을 깜빡할 정도로 조용했다.
이 차가 왜 장난꾸러기의 얼굴을 하고 운전자를 도발하는지는 다이내믹 스포츠모드 버튼을 누른 후 확인할 수 있었다. 308은 스포츠모드 버튼을 약 2초간 누르면 보다 높은 RPM에서 변속을 하도록 설정돼 있다. 버튼을 누르면 엔진은 으르렁대며 포효한다. 푸조의 상징인 사자를 타고 달리는 듯하다.
계기반은 스포츠모드 버튼 구동과 함께 하얀색에서 강렬한 붉은색으로 바뀌어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엔진의 순간 출력, 토크, 부스트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게이지가 표시돼 더 빠르고 강하게 주행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목적지인 양평에 도착해서 차를 세웠을 때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를 통해 청명한 가을 하늘을 봤다. 오픈 카 수준의 탁월한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레저용으로 친구들, 가족들과 오랜 시간을 보낼 생각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차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출퇴근용, 장보기용만으로 사용하기에 이 차가 가진 파워풀한 주행 성능은 아깝다. 스포츠모드는 도로 정체 상황에서 쓰기에는 다소 컨트롤이 어렵고, 회전시 민첩하게 반응하는 핸들링 역시 교외의 구불구불한 도로가 아니면 제 성능을 100% 발휘하기 힘들다.
수납공간 역시 레저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돼 있다. 실내 곳곳에 실용적이면서 재치 있는 수납공간이 마련됐다. 1열의 탑승자 공간에는 총 24리터 크기의 수납 공간이, 12리터의 큰 사이즈를 자랑하는 냉장 글러브 박스와 1.5 리터 크기의 물병 수납이 가능한 3.7 리터의 전면 도어 트레이가 설치돼 있다. 기본 트렁크 공간이 총 470 리터에, 차량의 2열 공간을 접으면 최대 1309 리터까지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308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족 간의 레저 시간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스포츠 모드를 틀어놓고 강력한 코너링을 느끼며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은 생각을 간절하게 만드는 차량이다. 넉넉한 수납 공간에 소중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잔뜩 실은 채로 말이다.
뉴 푸조 308은 지난해 제네바모터쇼를 시작으로 스위스,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등 유럽 국가에서 연이어 ‘올해의 자동차(Car of the Yea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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