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유일한 희망이던 수출이 올들어 급격히 꺾이면서 우울한 무역의 날을 맞았다. 정부와 무역협회는 올해 무역의 질이 개선되면서 한국이 사상 첫 세계 수출 6위 자리에 올랐다고 자평했지만 현실을 눈감은 자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출 감소에 우려를 표명하며 새로운 수출 지역과 품목을 발굴해 수출을 다변화하라고 대책을 주문했다.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2회 무역의 날 행사에선 ‘수출첨병’이라고 할 수 있는 1억불 수출달성 기업들이 전년대비 3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무역의 날 1억 달러 수출의 탑 수상 기업은 지난해 95개에서 59개로 38%나 줄었다. 1억 달러 수출의 탑 수상 기업은 2000년 28개를 기록한 뒤 2008년 106개로 세 자릿수를 돌파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2009년에는 59개로 44.3% 감소했다. 이후 2010년 72개, 2011년 129개로 다시 늘었다가 2012년 119개, 2013년 94개, 2014년 95개, 올해는 전년 대비 38% 줄어든 59개에 그쳤다. 1억불 수출탑은 기업당 한번 밖에 수여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한국 수출기업의 루키 탄생이 줄어들어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주요 업종별로 따져봐도 수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수출 효자였던 조선과 철강이 심각한 수요부진으로 발목이 잡혀있고, 반도체 자동차 등 신흥강자들마저 글로벌 경쟁자들에게 큰 내상을 입어 내년 수출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석유가격 안정화로 인한 석유제품 수출증대를 빼고는 전업종의 수출 기상도가 ‘흐림’인 상태다.
한국무역협회가 올해 한국의 무역규모를 9조7200억원 대로 예상하면서 4년만에 1조달러 고지를 내줄 것이라고 내다본 이유다. 올해 수출규모는 532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7.1% 줄었고, 수입은 4400억원으로 16.3%나 급감했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구조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도 수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치열한 대책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경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경쟁국 환율 상승 등으로 당분간 우리 무역 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독일·미국 등의 제조업 혁신 정책, 불과 3.3년까지 좁혀진 중국과의 기술격차로 중장기적 무역 여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출 입국의 길을 닦아온 경험과 저력이 있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은 “새로운 도약 기회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수출 지역과 품목을 발굴해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중남미·중앙아시아·중부유럽 등에서 정상외교를 통해 구축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에 더욱 힘쓰자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멕시코·이스라엘과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메가 FTA에도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 청도를 거점으로 8개 공동물류센터를 연계 구축하고 중국 소비재·서비스 시장 진출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중소·
[남기현 기자 /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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