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밤 고(故) 이헌조 LG전자 회장 빈소를 찾은 정장호 LG텔레콤 전 부회장(74)이 조문을 마치고 나왔다. 구본준 LG 부회장이 연이어 뒤따라 나왔다. 정 전 부회장은 동료 전문경영인의 궂은 소식에 옛 생각이 나는듯 “우리 땐 수출 1달러라도 늘리려고 무진 애썼어”라고 회상했다. 구 부회장은 정 전 부회장을 실은 승용차가 떠날 때까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로비에서 배웅을 하며 예우를 다했다.
LG그룹 ‘회사장’으로 치러진 이헌조 전 회장의 장례를 보면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 때부터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는 사풍(社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첫째도 인화(人和), 둘째도 인화(人和)다. 누구보다 ‘사람’을 사랑한 구인회 창업주의 유훈 때문인지 전문경영인들을 극진히 대접하는 범LG가(家) 전통이 이번 장례 때도 발현됐다.
빈소에는 구본무 LG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은 물론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 구씨·허씨 일가 사람들이 찾아 사흘 내내 자리를 지켰다. 구 씨와 허 씨 가문의 협력으로 시작된 LG그룹은 2005년 허 씨 일가가 GS그룹으로 분리된 뒤에도 경조사를 서로 챙기며 인화를 직접 실천해 나가고 있다.
장례기간 내내 그룹 현직은 물론 많은 원로들이 조문을 다녀갔다.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사장과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은 장례위원장을 맡아 상주 노릇을 했다. 회사는 빈소 곳곳에 고인이 직접 쓴 선어(禪語)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더욱 노력하여 위로 향한다는 뜻)’ 현판을 내걸어 고인의 뜻을 새겼다.
이헌조 전 회장은 1957년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락희화학공업사(현 LG화학)에 입사했다. LG전자 전신인 금성사 창립멤버로 참여, 금성사 사장과 LG전자 회장 등을 역임하며 회사 발전에 큰
구본무 회장은 고인을 두고 “오늘날 한국 전자산업을 일으켜 세운 훌륭한 분”이라고 극찬했다. 구 회장을 비롯해 구본준 부회장, 허창수·허동수 회장은 9일 장지인 경기도 광주시 시안가족추모공원을 직접 찾아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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