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법안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1996년의 겨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에서 최근 경제상황이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겨울과 비슷하다는 매일경제신문의 지적에 대한 공감과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본지는 지난 8일자 ‘기억하라 1996’ 기획보도를 통해 ▲뒷걸음질치는 노동개혁안 ▲한중일 신(新) 넛크래커 구조 ▲급증하는 부채규모 ▲정치권 포퓰리즘 ▲수출 감소세 ▲추락하는 기업 수익성 ▲재계 구조조정 바람 등 7대 징후를 소개하며 현 경제상황이 1996년과 마찬가지로 위기의 전조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노동개혁과 관련해 ‘노동개혁안 발표→노조 반발→개혁안 후퇴’라는 악순환을 반복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1996년 겨울’을 직접 언급하며 “오늘 개혁하지 못하면 내일 위기를 맞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19년 전 상황을 설명하며 야당을 향해 노동개혁을 비롯한 법안처리 협조를 당부했다.
19년 전인 지난 1996년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앞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노사관계 구상’을 통해 정리해고제와 근로제 파견제를 골자로 하는 노동개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해 10월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1차 합의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노사가 노동법 개정안 쟁점을 둘러싼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같은 해 12월 민노총 등 노동단체들은 강경투쟁에 돌입했다.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를 감싸던 야당의 반대가 꺾이지 않자 정부여당은 결국 3개월만에 노동법 개정안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역설적으로 외환위기 직후 집권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주문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안에 따라 정리해고 도입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등 노동개혁에 나섰다.
올해 상황도 엇비슷하다. 지난 9월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한 노사정 대타협에도 불구하고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둘러싼 여야간 파열음이 이어지고 있어 개혁안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개혁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가 올지는 너무도 분명하다”며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면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변화와 개혁’은 너무나 시급한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야당은 무엇을 하고 있나“고 반문하며 ”곳곳에 빨간 경고등을 켜고 있는 경제지표에 눈을 감고 구직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다고 현실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가장 기본적인 임무조차 다하지 않는 정당에게 혁신은 불가능하다“면서 최근 ‘혁신전당대회’를 둘러싸고 극심한 당 내홍을 겪고있는 야당 상황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역사는 당명을 바꾸고 대표를 바꾸는 야당보다 전향적인 태도로 입법 활동에 나서는 야당을 혁신의 이름으로 기록하게 될 것“이라며 ”법안 통과만을 기다리는 국민들의 간절한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야당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
[전정홍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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