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부진, 미국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급등락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 기업들이 내년도 투자나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 못하는 등 경영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신문이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국내 400개 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내년도 경영계획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 10곳 중 3곳은 아직 내년도 투자 및 고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2016년을 약 20일 가량 앞둔 상황에서 경영목표를 세우지 못한 곳도 전체의 2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대한상공회의소 회원사 400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11월 26일부터 12월 3일까지 실시됐다. 설문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비율은 물론 업종별 비율 등을 실제 기업분포와 비슷하게 맞췄다.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는 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채용과 투자에 대한 설문에는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내년도 투자와 채용 규모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각각 전체의 33.5%와 30.5%에 달했다. 투자와 채용을 늘리겠다는 응답은 각각 16.5%와 12.5%였다.
반대로 줄일 것이란 응답은 투자의 경우 7.3%, 채용의 경우 2.3%였다.
기업들이 향후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불확실성이 커서다.
내년 경영에 있어 가장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절반이 넘는 기업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유가와 원재자 값 변화(50.3%)를 꼽았다. 이어 미국금리인상(18.8%), 중국 경기 위축(17.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런 불확실성은 현재 기업들의 경영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응답기업의 38%가 현재 비상경영체제 가동 중이거나 가동 예정이라고 답했다. 고려 중이란 응답 13%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반이 넘는 기업이 현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내년도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특별한 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답변(22.3%)과 좀 더 지켜본 후 결정(25.5%)이 많았다. 올해 경기가 예상보다 나빠진 상황이었음에도 별도 조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내년도 경기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경기 예상보다 나빠졌다 답변 68%를 넘어섰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서 중소기업들 중에서 내년도 목표 하향조정 및 판단 보류 등의 답변이 많았다. 경기불황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더 높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염려스러운 전망은 곳곳에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에서 또 낮춰 2.6%로 예상했다. 내년도 성장률도 기존 예상보다 떨어진 3.0%로 보고 있다. 여기에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2009년 2월이후 최저선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이런 불안감은 구조조정에 대한 설문에서도 나타난다.
올 한해동안 재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구조조정’이었다. 업종 구분없이 인력감축, 사업재편, 비용절감은 곳곳에서 이뤄졌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안간힘을 쓰는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 3곳 중 1곳 이상(40.2%)은 내년에 구조조정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평년수준보다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31.3%였다. 조직개편과 인력감원, 워크아웃 등 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곳들도 응답기업 중 6.3%에 달했다.
재계 관계자는 “요즘 기업인들 사이에선 올해보다 더 힘든 해는 내년, 내년보다 더 어려울 것 같은 해는 내후년이란 말을 농담반 진담반처럼 한다”며 “업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신사업도 찾기 힘들다보니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에 대해서는 경영활동에 거의 영향을 없을 것이란 답변이 주를 이뤘다.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신사업 발굴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금지원(47.7%)과 세제혜택(26.0%), 규제완화(20.9%)라는 응답이 많았다.
[정욱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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