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단위사업장인 현대차 노조가 또 다시 정치파업의 길에 들어서면서 강성 집행부 등장과 동시에 노사관계가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가 임금교섭과 무관하게 정치적 이슈로 전체파업을 결행한 것은 2008년 7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투쟁이후 7년만이다. 2010년과 2014년에도 정권퇴진 등과 결부한 파업이 있었지만 일부 간부들만 참여해 생산라인이 멈추지는 않았다.
현대차 노조가 최근 몇년간 정치파업에 거리를 둬 온 것은 ‘귀족노조’ 파업에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결과였다. 현대차는 매년 임단협 과정에서 파업이 연례화되다시피 한 조직이다. 이에 더해 노동조건과 무관한 정치파업까지 감행해 사회불안을 가중시키는 노조 행태는 오랫 동안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사기저하나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 조합원들의 기류가 바뀌면서 온건합리노선을 표방하는 집행부가 들어섰고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3년 연속 무파업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집행부가 강성과 온건을 오가며 바뀌기는 했지만 ‘정치파업 자제’라는 기조는 유지돼 왔다.
그러나 지난달 노조 선거에서 강성파로 분류되는 박유기 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박 위원장은 2006년에 현대차 노조위원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2006년 당시 현대차 노조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가입시켰고 민주노총 총파업과 임단협 파업 등을 포함해 45일간 파업을 진행했다. 2009년에는 금속노조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현대차 현장조직 중 강성으로 분류되는 금속연대에 소속돼 있다.
박 위원장 당선 이후 노사관계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본인의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본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무리 강성이라도 그렇지 노사 상견례 직후 바로 파업을 발표하는 노조가 어디 있느냐”며 황당해 했다. 이날 재개된 임단협상에서 노사는 인사만 나눴을뿐 임금협상과 관련한 이렇다할 입장을 교환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업 결정이 임금협상과 무관한 ‘정치파업’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측은 이번 파업이 불법 정치파업인 만큼 응분의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3개월만에 교섭이 재개된 상황에서 교섭과 전혀 무관한 정치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노사간 신뢰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일단 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죄로 형사고발하는 한편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은 당연히 적용할 방침이다.
이번 파업으로 연내 임단협상 타결은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한 노조원들의 손해도 상당하다. 특히 올해 은퇴하는 퇴직자의 경우 수천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못받게 될 공산이 커졌다. 사측은 “성과급은 임금협상 타결 당시 재직자에 대해서만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며 “파업이 노조원들의 경제적 손실을 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 퇴직자는 수백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조합원들도 임단협상 지체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올해 임금인상분과 성과급이 내년으로 이월될 경우 과표 기준이 올라가면서 더 많은 세금을 물어야 한다. 억대 고액연봉자가 수두룩한 현대차 근로자들에게 이에 따른 세금부담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사측은 “조합원들이 입게 될 경제적 손실에 대한 전적 책임이 파업을 결행한 현 집행부에 있음을 분명히 해 둔다”고 말했다.
집행부의 파업결정에 불만을 느끼는 노조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선거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온건성향이었던 전임 집행부와 이 노선에 동조하는 조합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가 존재하는 이유는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조합원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끼쳐가며 정치파업을 감행했으니 저항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에서 노조가 설립된 1987년 이후 올해까지 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매출차질액은 모두 1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28년간 노조의 전체 파업 일수는 410여일, 자동차 생산차질은 125만여대, 매출차질액은 14조200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28년중 파업이 없었던 해는 1994년과 2009∼2011년 등 4년뿐이었다. 최장기 파업은 구조조정 사태로 36일간
[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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