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구 소득은 늘었지만 부채 증가로 인해 원리금상환부담이 커지면서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전국 2만 가구를 상대로 조사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평균 소득은 4767만원으로 2013년 4658만원에 비해 2.3% 증가했다. 세금과 국민연금 등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도 2014년 3819만원에서 2015년 3924만원으로 2.7% 늘어났다. 하지만 원리금 상환액은 830만원에서 952만원으로 무려 14.6%가 급증했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면서 가계에서 실제 처분 가능한 소득은 오히려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
이에 따라 우리 가구가 쓸 수 있는 돈에서 원금과 이자를 감당해야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처분가능소득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은 24.2%로 전년 보다 2.5%포인트 늘었다.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하다 보니 소비에 쓸 돈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대목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빚 부담 늘어
통계청은 DSR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이자만 갚는 만기 일시상환 대출에서 원리금을 동시에 상환하는 비거치식 대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부채의 절대 규모가 늘어나는데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평균 금융부채는 7511만원으로 전년 보다 7.9% 급증했다. 금융부채 증가율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30~50대에서는 40대가 8.7%로 가장 높았고 이어 30대 8.5%, 50대 3.9% 순이었다. 생활형 빚 부담이 많은 60세 이상은 11.4%였다.
더욱이 금융부채를 보유하고 있는 가구는 만기 일시상환 대출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출 가운데 만기 일시상환 대출 비중은 37.8%로 전년대비 2%포인트가 늘었다. 반면 원금분할상환 비중은 13.5%로 2.2%포인트 줄었고,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방식은 20.8%로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문제는 취약 계층 빚 부담이 늘고 있는데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DSR은 23.8%로 전년보다 4.5%포인트 늘었다. 소득은 멈춰있는데 반해 빚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원리금상환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점이다. 또 다른 취약계층으로 꼽히는 자영업자의 DSR은 전년 보다 2.8%포인트가 오른 30.6%로 껑충 뛰었다. 이는 상용근로자(21.5%)와 임시·일용근로자(17.2%)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 노후준비 8.8%만 “잘 돼 있다”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자산은 3억4246만원으로 전년 보다 2.1% 늘었다. 또 평균 부채는 6181만원으로 같은 기간 2.2% 증가했다. 자산 내역을 살펴보면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2억5159만원, 금융자산이 약 9087만원 수준이었다. 평균 소득은 4767만원으로 전년 보다 2.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원천별로 살펴보면 근로소득이 3128만원으로 전체 65.6%를 차지했고 이어 사업소득 1143만원(24.0%), 재산소득 189만원(4.0%) 수준이었다.
부자와 빈자간 격차는 전년과 비슷했다. 우리 국민 6명 중 1명이 빈곤층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구당 소득을 가구원수로 계산한 균등화처분 가능소득인 빈곤선(중위소득 50%)은 연간 1156만원이었다. 빈곤선 미만 계층이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빈곤율은 작년과 같은 16.3%였다.
전체 순자산에서 순자산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43.2%로 전년에 비해 0.1%포인트 감소했다. 0에 근접할수록 완전평등, 1에 가까울수록 완전불평등을 가리키는 지니계수는 작년보다 0.0002 하락한 0.592를 기록했다. 상위 20%는 평균 자산이 10억40만원이었고, 하위 20%는 2996만원이었다.
우리 국민들은 노후에 대한 걱정이 컸다. 가구주가 예상하는 은퇴 연령은 66.2세지만 실제 은퇴 연령은 61.7세로 5년 가까이 차이가 났다. 아직 은퇴하지 않은 가구 중 노후 준비가 ‘잘 돼있지 않다’ 등
이미 은퇴한 가구 중 생활비 충당에 대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62.1%를 차지했으나 여유가 있다는 응답은 7.9%에 불과했다.
[이상덕 기자 / 최승진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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