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덕 한솥도시락 대표 |
지난 28일 서울 강남 한솥도시락 본사에서 만난 이영덕 대표는 단호했다.
일반 음식점은 평균 6개월에서 1년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게가 개점 첫날부터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기자의 말에 이 대표는 “국내 프랜차이즈 점포 대부분은 생계형”이라며 “첫날부터 가맹점주가 돈을 손에 쥐어야 신이 나서 아내에게 밀린 생활비도 주고 애들 학원비도 낸다. 첫날 쥔 돈이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첫날부터 돈을 벌도록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재일교포 출신 이 대표가 일본 프랜차이즈 운영방식을 차용해 국내 도입한 것이 ‘개점 세일’이다. 전 품목 할인이 아니라 3일동안 특정 품목을 순서대로 약 30% 저렴하게 판매한다. 매일 할인 품목이 다르기 때문에 첫날 방문한 손님이 다음날 또 찾는다. 할인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 심리를 파고드는 셈이다. 할인 행사를 위해 뿌려지는 홍보 전단지 약 1만장은 본사가 부담한다.
그는 “고객은 가성비 높은 음식으로 이익을 보고, 점주는 안전한 수익 보장으로 이익을 봐야한다”며 “프렌차이즈 사업을 하기 앞서 음식 맛과 함께 연구한 것도 바로 이 이익 부분”이라고 말했다.
고객과 점주가 이익을 볼 때 본사도 자연스럽게 이익이 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초반 수익이 높다가 매출 그래프가 하향곡선을 그린다면 그것만큼 기운 빠지는 일도 없다. 때문에 도시락업계 비수기로 꼽히는 매년 1월과 8월 한솥도시락은 본사 차원에서 요일별 할인행사를 실시한다. 요일마다 특정 상품을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행사 기간이 되면 학교 인근 한솥도시락 매장에서는 학생들이 몰려와 행사 품목별로 매일 사먹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는 “행사기간에는 식자재와 포장재 등 가맹점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5~15% 할인해준다”며 “행사를 하지 않는 상품의 제조원가는 내려가고, 행사 상품은 할인하는 대신 평소보다 많이 팔리기 때문에 점포에 이익이 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도시락업계 비수기에도 한솥도시락은 성수기와 같은 평균 20~30%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금 방식도 다르다. 월 40만원대의 로열티 지급 외 점주마다 개인 계좌를 만들어 계좌 내에 있는 액수만큼 물건을 납품하면서 본사와 점포간 시끄러울 수 있는 일을 줄였다. 본사가 납품을 소홀히 한다던가 점포가 입금을 미루는 일이 없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 5곳 중 2곳은 창업 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특히 숙박음식업종은 5년동안 사업을 계속하는 비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한솥도시락은 5년 이상된 점포가 48%, 10년 이상 점포가 33%를 차지한다. 투자수익률도 월평균 4~5%에 이른다. 1억원을 투자하면 대부분의 매장에서 매월 평균 500만원의 순이익을 내는 셈이다.
이 대표는 이를 점주 덕분이라고 말한다. IMF 당시 원자재 가격이 2배 넘게 오르면서 수급이 어려워지자 점주들이 나서서 “본사가 어렵다면 재료 가격을 올려라. 하지만 도시락 가격은 올리지는 않겠다”고 한 것도 간담회와 점포 교육을 지속적으로 열며 점주들과 이 대표가 신뢰를 쌓은 덕분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 1968년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대 법과대학을 마친 뒤 1993년 서울 종로구청 앞에 26㎡(약 8평) 규모의 첫 매장을 연 이후 한솥도시락을 전국 670여개 점포를 가진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로 키웠다. 지금도 한솥 대표이자 R&D(연구개발) 팀장으로 한솥의 모든 메뉴를 총괄한다. 이 대표에 대한 점주들의 신뢰가 높은 이유다.
한솥도시락은 내년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
이 대표는 “소비자 가격은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2년의 연구개발 끝에 올해 한솥프로젝트를 선보인 데 이어 내년에 본격적인 점포 개선 작업에 들어가면 직접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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