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 커피 전문점 ‘루소랩’의 ‘온두라스 COE(Cup of Excellence) 커피’ 1잔 가격은 1만원이다. 여기서 파는 아메리카노(5000원)보다 2배 비싸지만 향이 풍부하고 깊어 더 잘 팔린다. COE는 1999년 브라질에서 시작된 고급커피대회에서 85점 이상을 받은 생두에만 부여하는 인증이다. 비싸도 커피 향미와 질감, 바디감(밀도)이 좋아 애호가들 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다.
커피 마니아들의 입맛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면서 스페셜티(프리미엄) 커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1990년대 1세대 인스턴트 커피, 2000년대 2세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이어 3세대 스페셜티 커피 시대가 도래했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스페셜티 커피란 COE와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 등 저명한 기관의 인증을 획득한 고급 커피를 말한다.
최근 수익 악화로 카페베네 경영권이 사모펀드에 넘어갈 정도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지만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커피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은 2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2014년 커피 수입량은 5억9404만 달러로 2005년 1억6486만 달러 보다 3배이상 증가했다.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선두주자로는 ‘테라로사’를 들 수 있다. 지난 2002년 강릉에서 유명세를 얻어 서울 여의도와 코엑스, 광화문, 제주 서귀포, 부산 해운대 등 매장 10곳을 확대했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15개국 고급 원두를 수입하는 이 곳 커피 가격은 4500~1만2000원으로 전문가가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 매출액은 2014년 150억원에 이어 지난해 190억원으로 늘어났다.
테라로사 관계자는 “커피도 결국 음식이라 맛있어야 잘 팔린다”며 “커피전문점이 대중화하면서 한국인들 입맛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인스턴트에서 스페셜티 커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셜티 커피 인기는 오피스 중심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여성부터 중년 남성들까지 스페셜티 커피 애호가층이 두꺼워지고 있다. 청담동 외에 삼청동과 청진동 매장을 운영하는 루소랩은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연남동 커피 ‘리브레’도 스페셜티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인기 카페다.
외국 유명 프리미엄 원두 수입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8월 미국 3대 스페셜티 커피로 꼽히는 ‘인텔리젠시아’를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프리미엄 커피&티 전문점 ‘이스팀’이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목동점에 문을 열었다. 매장 한 켠에 마련된 커피 바에서 커피 전문가들이 직접 내려주는 시즌 한정판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유행한 ‘스텀프타운 커피’도 국내에서 마실 수 있다. 지난해 9월 커피 전문점 ‘더팬케이크 에피데믹’이 원두를 수입해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도산공원, 해운대 직영점에서 팔고 있다.
2세대 커피 대표 주자 스타벅스코리아까지 스페셜티 커피 전쟁에 가세했다. 지난해 3월 스페셜티 커피 전문 매장인 ‘스타벅스 리저브’를 론칭해 현재 50여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한 잔당 6000~1만2000원에 고급 커피를 파는데 최근 50만잔 판매고를 돌파했다.
스페셜티 원두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 커피 유통 전문 브랜
어라운지 관계자는 “지난해 스페셜티 커피 매출은 2014년보다 351%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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