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하면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판단이다. 특히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함에 따라 일본 시중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돈을 풀면 엔화값이 더욱 약세로 돌아서고 이로 인해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100엔당 원화값은 11월4일 934.69원에서 1월20일 1048.07원까지 상승한 뒤 현재 1000원대 이상으로 형성된 상태다. 그만큼 작년에 비해 엔화값이 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대해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이 마이너스 기준 금리를 채택한 배경에는 연초부터 엔화값이 강세로 돌아서자 이를 다시 약세로 돌리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 같다”며 “당장은 엔화 약세폭이 크지 않겠지만 중기적으로 보면 엔화 약세 현상이 뚜렷해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일본 시중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돈을 풀게되는 시점이 도래하면 엔화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인 ECB가 시중 은행을 상대로 추가 지준에 한해서만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한 것과 달리 일본은행은 당좌예금 일부에도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만큼 일반인들이 은행에 돈을 예치할 유인을 줄이고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또 자연스레 엔화 약세도 유도할 수 있다.
그동안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통해 엔화값을 떨어뜨리자 우리 수출이 위축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한일 제조업 대중국 수출단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국 제조업의 대중국 수출단가는 -1.8%, 수출물량은 -0.3%로 모두 하락세인데 반해 일본의 대중국 수출단가는 0.8% 떨어지는데 그쳤다. 수출물량은 오히려 1.4% 늘어났다. 제조업 2498개 품목 중 일본의 대중국 수출단가가 한국보다 높은 품목 수는 2011년에는 1778개나 됐지만 2014년에는 1540개로 감소했다. 2014년 연평균 100엔당 원화값은 2010년 이래 처음으로 1000원 밑으로 떨어진 996.6원을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또 일본의 마이너스 기준금리로 인해 전세계 통화정책의 대분열을 가리키는 그레이트 다이버전스(great divergence)가 더욱 확대될 것을 염려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시점에 일본이 오히려 금리를 떨어뜨려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이로 인해 우리 경제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고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원화는 국제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원화값을 무조건 떨어뜨릴 경우 외국인 자금이 크게 이탈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면서 “한은은 더욱 더 복합적인 현 상황을 고려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덕 기자 /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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