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는 그 나라 정보기술(IT) 경쟁력의 가늠자다. 하드웨어와 달리 SW는 단기간, 속성으로 따라잡을 수 분야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 경쟁력을 얘기할 때도 “하드웨어는 어떨지 몰라도 SW는 아직 아니다”는 평가를 간단히 내리곤 한다.
그런 지적도 조만간 사라질 것 같다.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산 하드웨어 기기들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더니 이제는 이제는 중국발 소프트웨어(SW) 돌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중국 SW는 특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기업용 SW 분야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백신 앱 ‘360 시큐리티’는 스마트폰 내 불필요한 데이터나 악성코드 등을 제거하는 스마트폰 최적화 서비스다. 지난해 3월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이미 국내에서만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최근 인기 배우 심형탁 등을 기용한 TV 광고를 제작하고, 인기 웹툰 작가 조석의 ‘마음의 소리’와 협업한 앱 전용 테마도 선보이며 한국 이용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2억명 넘는 사람들이 이 앱을 이용 중이다.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앱 ‘클린 모바일’을 운영하는 ‘치타 모바일’도 중국에서 손꼽히는 보안 기업이다.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가 제작한 사진 보정 카메라앱 ‘포토원더’ 등도 국내에서 수백만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건축 프로그램을 만드는 중국 ZW캐드는 지난해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회원사로 가입했다. 중국 지리정보 시스템 업체인 슈퍼맵도 지난 해 9월 중국 베이징 컨벤션센터에서 콘퍼런스를 통해 “2016년부터 한국 시장의 50%를 확보하겠다”고 천명했다.
중국 SW업체들은 시장 확보 외에 한국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위해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세계적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LG전자 등과 협업해 자신들의 서비스를 기본 탑재시키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LG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해 단번에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중국 SW업체들에 한국 시장은 신제품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테스트 베드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IT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SW기업들에 가장 좋은 시험 장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SW가 빠른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오성택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팀장은 “한 나라 저작권협회에 등록한다는 건 그 나라에서 해당 프로그램 입지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SW 경쟁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해왔던 중국에서 저작권을 등록해 업계에서도 무척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KOTRA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SW산업은 지난 2013년 기준 매출이 3조1000억 위안(약 520조 원)을 넘었고 연평균 23% 성장해 올해 5조8000억 위안(
오 팀장은 “글로벌 시장서 경쟁력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게 현실”이라며 “양질의 중소기업을 발굴하는 사회적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에서도 중국에 밀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희영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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