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수출 급감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인 현상이다. 저유가에다 환율전쟁, 세계 교역량 감소라는 3대 악재를 동시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수출이 지난 1월 18.5%라는 최악의 감소폭을 기록한 가운데 한국 경제가 수출 부진의 늪에서 당분간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를 지탱해주던 내수에도 최근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 수출쇼크의 고통이 더욱 크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만성적 수출부진이 예고되는 주된 이유는 우선 그동안 수출 증가를 뒷받침했던 글로벌 경제 교역 규모 증가율이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연평균 7.1%에 달하던 글로벌 교역 증가율이 지난 2014년 기준으로는 3.3%로 하락했다.
문제는 교역 성장세 감소가 단순히 경기적 요인이 아니라 글로벌 밸류체인의 고도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적 요인에 의한 교역 성장세 감소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지만 밸류체인 성숙화로 인한 교역구조 자체 변화의 경우에는 경기가 다시 좋아져도 수출이 늘지 않아 오히려 심각성이 더 커질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은 수출이 감소하기 시작한 지난해 1월에는 5.3%늘며 안전판이 돼줬지만 올해 1월에는 무려 21.5%나 하락하며 수출쇼크를 견인했다. 이를 단순한 중국 경기둔화에 의한 결과로만 해석하는 것은 안이한 판단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이 2005년 48.6%에서 지난해 31.4%까지 떨어졌다”며 “당국이 소재부품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가공무역 억제책을 쓰면서 과거에는 한국에서 수입했던 중간재를 현지에서 자체 조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유가로 인해 수출단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금융위기 이후 수출비중이 높아졌던 신흥국 경기침체 골이 깊어지는 것도 수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는데다 지카 바이러스 공포마저 중남미와 동남아를 덮치면서 신흥국 경기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심상렬 광운대 교수는 “신흥국의 경우 매년 초에는 소비가 늘기보다 줄기 때문에 최소한 1분기까지는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 교수는 “신흥국은 1차산업 비중이 높아 원자재 가격 하락 타격을 더욱 크게 받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놓고 투기자본과 신경전을 벌이는 등 수출 대상 또는 경쟁국들이 환율전쟁을 예고한 것도 수출쇼크에 ‘엎친데 덮친격’으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환율은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1년정도 지나면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지난해 상반기 원화값이 강세를 보일때 당국이 내수에 집중하면서 환율관리를 놓친 측면이 있는데 그 부분까지 겹쳐 올해 수출은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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