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결정한 이후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예금금리와 주택론 등 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끌어내리고 있다.
대출받아 집을 산 주택구입자들의 부담은 줄었지만 10억원을 1년간 예금해도 이자로 점심 한 그릇 사먹기조차 부족해 이자생활에 의존하는 노후 은퇴자들 사이에 비명이 나오고 있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인터넷은행인 소니은행이 보통예금금리를 연 0.02%에서 0.001%로 크게 낮췄다. 1억엔(약 10억원)을 1년간 예금해도 세금 떼고 나면 이자가 800엔(약 8000원)에 불과하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 맡기는 돈에 대해 이자를 주는 대신 수수료를 물도록 하는 마이너스 금리(-0.1%) 도입은 이달 16일부터지만 자금운용이 어려워진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들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금리인하가 잇따르고 있다.
최대 지방은행인 요코하마은행과 하치니은행이 1년 이하 정기예금 금리를 보통예금 금리와 같은 연 0.02%로 낮췄고, 리조나은행은 2~5년 정기예금 금리를 연 0.005~0.025%로 떨어뜨렸다. 미쓰비시도쿄UFJ 미즈호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등 3대 메가뱅크도 금리인하를 검토중이다. 마이너스 금리는 예금이자를 낮출 뿐 만 아니라 엔저를 부채질해 수입물가를 높이기 때문에 결국 생필품 가격이 올라가게돼 은퇴자들이 이중고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결국 은행 예금이 일정 부분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자산에 의존해 살고 있는 은퇴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주택론 등 대출금리도 동시에 떨어지고 있어 돈을 빌려 집을 구입한 주택구입자들은 이자부담을 더는 효과를 보고 있다. 3대 메가뱅크는 평균 연 1.05% 수준인 주택론 금리(10년 고정형)를 추가로 내리는 것을 고려중이다. 소니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론은 0.5%대에 불과하다. 기업 대출금리도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어 투자나 인수합병에 필요한 자금부담을 덜고 있다. 노무라증권 등은 마이너스금리 도입으로 기업들의 인수합병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은행들은 마이너스 금리로 자금운용이 어려워져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미즈호투자신탁 등 4개 운용사들은 단기자금 운용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MMF는 단기국채나 사채를 사고팔아 운용하는데, 단기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운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날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사상 최처치인 0.045%까지 떨어졌고 만기 7년 이하 단기 국채는 줄줄이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중이다.
도쿄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출·예금금리를 머드 내리지만 이전에 비해 예대마진 폭이 줄어든 데다 지금까지 일본은행에 맡겼을 때 받았던 0.1% 이자까지 사라지게 돼 수익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마이너스금리 적용대상이 약 30조엔(3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 수익감소 우려로 메가뱅크와 지방은행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신세이은행 주가는 지난달 31일 이후 3거래일 동안 22% 폭락했다. 자산운용이 어려워진 보험사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
일본에 앞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스위스에서는 개인 예금에 대해서도 이자 대신 보관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은행까지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날 스위스 율리우스베어은행이 유로화 예금에 대해 기업은 물론 개인 고객도 이자를 주는 대신 보관료를 물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