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가 현대기아차 해외판매에 가장 큰 변수로 등장했다. 기름 수출로 국가경제를 운영하는 산유국의 구매력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현대차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1월 판매실적을 보면 현대차 해외판매 실적은 총 28만818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줄었다. 국내생산 수출물량은 9만4000대에서 7만2562대로, 해외 현지생산 판매물량은 24만5621대에서 21만5621대로 축소됐다. 기아차 역시 전체 해외판매 실적이 21만6049대에서 17만5475대로 18.8% 감소했다. 특히 국내생산 수출물량이 10만2415대에서 7만3625대로 급감했다.
1월 해외판매가 이처럼 저조한 이유를 한가지만 든다면 ‘저유가’를 가장 먼저 꼽을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 1월 중동-아프리카 판매량이 60% 넘게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남미에서는 25%가 날아갔다. 북미와 유럽에선 소폭 증가했다. 기아차도 사정이 비슷하다. 중동-아프리카에서 50%, 중남미에서 30% 가량 판매 감소를 기록했다. 중동-아프리카에는 대부분 국내생산 차량이 수출된다. 해외현지생산 보다 수출 감소폭이 크게 나타나는 이유다.
현대기아차가 수출되는 중동-아프리카 국가는 거의 예외없이 산유국이다. 중남미에도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들이 있다. 국제 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면서 이들 국가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상 최대 재정적자를 기록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최근 자국내 휘발유 가격을 최대 67% 인상하는 등 복지 축소에 들어갔다. 실업율도 치솟고 있다. 차를 구매할 수 있는 개인 소비여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원자재값 하락으로 경제에 주름이 가기는 중남미도 마찬가지다. 특히 현대차 주요시장중 한곳인 브라질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브랜드중 신흥시장 의존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수출에서 중동-아프리카와 중남미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가 중동에 수출한 자동차는 54만2000대로 북미시장(128만5000대) 다음으로 많았다. 중남미는 28만4000대, 아프리카에는 약 10만대가 수출됐다.
저유가 국면이 당분간 이어진다고 했을때 현대기아차 해외판매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차 판매에서 신흥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0% 안팎으로 신흥시장 경기와 현대차 실적은 같은 사이클을 그린다. 신흥시장의 구매력이 회복되지 않는한 실적 상승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운 판매구조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글로벌 안착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최고급세단 G90(한국명 EQ900)를 하반기에 글로벌 출시할 예정인데 북미와 더불어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시장이 바로 중동이다. 중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현대차의 브랜드 파워가 강해 비교적 대등한 조건에서 기존 럭셔리 브랜드와 경쟁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오일머니’가 고갈된 국면에선 고급 세단을 팔기가 쉽지 않다.
현대기아차는 그나마 8000만명 인구를 지닌 이란 수출길이 조만간 열린다는 사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란 경제제재 이전에 기아차는 반조립 형태의 차량을 이란에 수출한 바 있다. 올해 5월부터 본격 가동 예정인 기아차 멕시코 공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 멕시코는 현대차 판매량이 매년 늘어나는 시장중 하나다. 멕시코 공장 생산량의 60%는 북미, 20%는 중남
현대차 관계자는 “신흥시장 성장 둔화, 환율 변동, 저유가, 업체간 경쟁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시장상황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경영환경 변화에 더욱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본 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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