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에서 상무급 이상 임원이 되면 회사에게 승용차를 제공한다. 여러 모델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그룹과 달리 LG 신임 임원의 선택지는 단 두 종이다.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기아차의 K7 하이브리드다. 일반 가솔린 차량에 비해 차 값이 20~30% 정도 더 비싼데도 하이브리드차를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LG그룹 관계자는 “LG가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과 전기차 배터리 등의 사업을 하고 있어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두 차량에 모두 LG화학에서 생산하는 배터리가 장착되는 것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은 LG전자에서 고효율 태양전지 모듈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만들고, LG화학이 ESS용 배터리를 생산한다. LG CNS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 스마트마이크로그리드 솔루션을 개발하고, LG퓨얼셀시스템즈가 연료전지 발전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를 합치면 일관된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의 구성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지난해 3조원을 넘어선 LG그룹의 에너지 분야 사업 매출은 올해 4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세계 1위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의 기술과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 태양전지 모듈을 만드는 LG전자의 역할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친환경 정책의 연장선에서 LG전자는 최근 현대차와 함께 가전매장인 베스트샵 3곳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했다. 매장 내 주차 여유공간을 활용해 전기차 보유 고객을 위한 충전 시설을 마련한 것이다. 전기차가 충전되는 동안 편하게 가전제품 쇼핑을 즐기라는 의미다.
LG의 충전기는 차데모, AC3상, DC콤보 등의 방식을 모두 지원해 차종에 관계없이 추전이 가능하다. 베스트샵이 부지를 제공하고 포스코ICT가 현대차 사업을 위탁받아 충전기를 운영, 유지·관리하는
이러한 행보는 그룹 최고위층부터 직원까지 확실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LG그룹의 최고경영진은 “긴 안목 속에서 사업을 구상하고 투자계획을 마련하자”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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