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8시 40분 부산항 감만부두 2번 선석. 웅장한 배 한 척이 부두 가까이 다가오자 배 한가운데 걸린 낯선 국기가 눈에 들어온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이란 국기다. 5년이나 뜸을 들여서 그런지 이 배는 지난 19일 부산항에 입항했으나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3일이나 부산 앞바다에 머물러 있었다.
이란에 대해 굳게 닫혀 있었던 대한민국의 문이 활짝 열렸다. 이란에 대한 UN과 미국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고 5년만에 처음으로 이란 국적 화물선이 부산항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란 국영선사인 IRISL의 화물선 토우스카호(5100TEU급)는 빈 컨테이너 4550개를 싣고 부산항에 들어왔다. 총 톤수 5만4851톤, 길이 294m, 폭 32m인 토우스카호는 싣고 온 빈 컨테이너를 부산항에 내려놓고 빈 배로 24일 오후 중국 칭다오로 출항할 예정이다. 빈 컨테이너에는 삼성의 반도체, LG의 전자제품, 현대·기아차의 자동차부품, SK와 포스코의 철강제품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이 생산하는 각종 대한민국 제품들이 실려 한 달 정도 뒤에 이란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IRISL의 선박은 2011년까지 부산항을 오가며 화물을 수송했으나 2012년부터 UN과 미국의 경제 제재에 한국이 동참하면서 입항이 끊겼다. 이번에 토우스카호가 입항함으로써 5년 만에 이란 국적 선박에 의한 화물 수송이 재개된 것이다.
부산항에서 이뤄진 이란 교역량은 2011년에 20피트 컨테이너 17만9495개로 최대를 기록한 이후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 지난해에는 4만3197개에 그쳤다.
IRISL 국내 대리점인 컴파스마리타임 박희근 운항부장은 “이번 입항은 이란 교역의 본격적인 개시를 알리는 선박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40여년간 한국은 이란에 각종 제품을 수출했기 때문에 이번 입항 이후에 이란 수출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자흐메트케쉬(Zahmatkesh) IRISL 한국지사 대표는 “이란 가정에 가면 TV는 거의 삼성이고 냉장고는 대부분 LG 제품일 정도로 이란 사람들은 한국제품을 좋아한다”며 “주 1회 7000TEU급 선박을 부산항에 기항할 예정이고 앞으로는 1만TEU가 넘는 대형 선박을 투입해 한국 제품들을 더 많이 이란으로 가지고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예종 부산항만
[부산 = 박동민 기자 / 서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