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는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커넥티드카) 등이 미래를 선도할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이 모든 기술 트렌드를 한 단계 위에서 바라보는 기업이 있다.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이다. 삼성전자, 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업에게 반도체 설계 노하우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회사다. 정확히 표현하면 ‘시스템온칩(SoC)’ 업체라고 부른다.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영국 명문 사학 캠브리지대학 출신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이끌어오고 있다. ARM은 스마트폰 핵심 반도체인 AP를 비롯해 고사양화 게임에 최적화한 GPU(그래픽 처리장치), 그리고 5G 속도를 실용화할 기술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7억9520만 파운드(약 1조3000억원)매출액을 기록했다. 매일경제는 지난 23일(현지시간) ARM부스에서 사이먼 시거스 ARM 최고경영자(CEO·49)를 단독으로 만났다.
시거스 CEO는 “삼성 ‘기어VR’는 스마트폰을 기기에 끼우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스크린 화면이 되려면 사용자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싱(sensing)기술이 필요한데, ARM도 이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시장을 둘러보니 VR가 확실히 뜨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다만 아직까지 VR에 빠져들 만큼 기술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ARM이 활약할 기회는 앞으로도 더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VR 기기에서 작동하는 콘텐츠를 제대로 만들려면 고성능 GPU가 필수다. 1인치당 픽셀이 많아질 수록 화소가 좋아지고 고화질 디스플레이가 가능한데, 생생한 그래픽 구현은 ARM 기술이 있어야 실현된다.
기존 스마트폰에 탑재된 ARM 칩셋 설계 기술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시거스 CEO는 “스마트폰 기술이 고도화하면서도 배터리를 오래 지속하는 방안도 ARM 연구분야”라고 설명했다. ARM 기술을 기반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매년 성장하는기술 퍼포먼스를 감당할 스마트폰을 내놓을 수 있는 셈이다.
시거스 CEO는 모듈형 스마트폰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LG전자나 VR를 모토로 스마트폰을 연결한 삼성전자에 대해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다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보여 흥미로웠다”고 했다. 특히 “LG전자가 모듈형 스마트폰을 내놓은 건 단말기 업체끼리 경쟁에서 아예 다른 방법으로 전환해 혁신한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단일 디바이스로서 스마트폰 시대는 끝난 것으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시거스 CEO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법이 변화한 것이지 고성능을 요하는 소비자 수요는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단 고성능 기술을 맛 본 소비자는 약간 기술이 뒤처진 디바이스를 쓸 수 없다”며 “앞으로도 스마트폰 성능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제소사들은 이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고민을 비롯소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시거스 CEO는 “ARM에 한국 기업은 매우 의미있는 고객”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웨어러블, 모바일 결제, IoT앱 혹은 플랫폼, 커넥티드카 사업에 주력하는 것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 모든 분야가 ARM이 집중하고 있는 기술과 맥을 같이 한다”고 했다. ARM은 모바일 이외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오프스파크, 산사 시큐리티 등 여러 기업을 인수해 ‘무선연결(MBU)’과 보안 부문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시거스 CEO는 “보안 부문 기술은 ARM이 IoT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하는데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거스 CEO는 “ARM이 지금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생태계’였다”면서 “어떤 기술 분야든 생태계 내 파트너사와 협업해 최신 기술을 만들도록 지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바이스 제조사 기반 생태계나 서버 등 인프라스트럭처 생태계나 모두ARM
[바르셀로나 =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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